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마식령스키장 건설을 내세우는 가운데 이번에는 원산에 ‘해저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개발 계획이 허황됐다면서 “무슨 돈으로 이 같은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식량난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평양의 특권층을 제외한 굶주린 인민들에게 가야 할 원조가 전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대외용 영자지인 평양타임스는 원산의 갈마반도 지역에 해저호텔을 비롯해 대형 화훼공원과 국제회의장, 전시장 및 대형 경기장 등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수중호텔은 두바이에서 2012년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는 해저에 호텔을 지어 호텔 일부 혹은 전부가 해저에 잠겨 투숙객들이 창밖으로 바다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도 “북한이 동해안 도시인 원산에 해저호텔 건설을 추진 중”이라며 이는 관광 수입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어디서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여행사인 우리투어 역시 평양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평양에 있는 현지 파트너로부터 원산에 수중호텔 건설이 실제로 추진 중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NK뉴스에 확인했다.

이에 대해 북한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자문관 출신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은 지난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지원을 받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원산을 관광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이는 개발 계획을 먼저 발표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지원액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 그런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이 개발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면 김정은은 사실상 WFP의 북한 식량 지원의 2년치에 해당하는 2억 달러 정도는 다른 주머니에 가지고 있다는 얘기”라며 “이 같은 사실은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는 활동가들을 포기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호주국립대의 북한 연구가인 레오니드 페트로브는 NK뉴스에 “수중호텔 콘셉트는 관광객들을 호텔에 가둬 놓고 평범한 북한의 인민들과는 격리시키겠다는 북한 정권으로서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건설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영자지를 통해 밝힌 것은 국내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기보다는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