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은 장남 대균(44) 씨 신병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장례를 치러야 할 자녀들이 자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 사망이 확인된 후 대균 씨 측에 자수를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여동생인 경희(56) 씨와 매제 오갑렬(61) 전 체코 대사 등을 통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균 씨는 이에 대해 검찰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해외 도피 중인 차남 혁기(42) 씨, 장녀 섬나(48) 씨 등에 대해서도 귀국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섬나 씨는 현재 프랑스에 구금돼 범죄인 인도 재판이 진행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에서 자녀들이 도리를 다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며칠 내로 대균 씨 등이 자수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일 방침이다. 대균 씨는 현재 수도권 또는 경북 지역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 관계자는 “종교 지도자였던 유 전 회장과 달리 대균 씨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쪽에서 큰 도움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균 씨 검거에 집중한다면 유 전 회장보다는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균 씨가 밀항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혁기 씨도 자진 귀국하지 않는다면, 본격적으로 소재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혁기 씨는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검찰이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혁기 씨가 미국에 인접한 멕시코 등지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역시 미국 체류중인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 등에 대해서도 국내 송환 작업을 서두를 예정이다. 이들은 유 전 회장의 은닉 재산 파악을 위한 핵심 수사 대상으로 지목돼 있으며, 검찰은 이들의 검거를 위해 미국 수사당국과 사법공조를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모든 수사력이 유 전 회장 검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유 전 회장이 사망했지만 나머지 수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채·김동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