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7일 대전 유성구 대학로 카이스트에서 열린 공동 기술창업교육센터 협의회 및 ‘엔젤투자멘토단’ 발족식에서 과학기술 특성화대학 학생들과 선배 기업가, 교수진이 힘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 졸업생 박아론(27) 사장은 지난해 3월 기계공학과 동기생과 함께 농촌의 유리온실을 재생, 유기농 식물공장으로 변신시키는 농업벤처 ‘만나씨이에이’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1년여 만에 인근 레스토랑 납품을 달성한 데 이어 약용 및 화장품 원료 식물을 국내 코스닥 상장사와 중국 제약업체에도 판매 중이다.

비결은 생산량을 수십 배 늘린 바이오기술(BT)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 온도·습도 등 생육조건은 물론, 물고기 배설물 질산비료화 등 과학적 녹색농법을 구사해 상추의 경우 ㎡당 3㎏이던 평균 생산량을 90㎏까지 높였다. 박 사장은 “첨단 센서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덧붙여 농업을 매력적인 미래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과학영재들을 ‘한국의 스티브 잡스’로 키우자는 야심 찬 플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우수한 과학기술 전공 이공계 학생과 교수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올해 ‘과학기술 특성화대학 기술사업화 선도모델 육성사업’을 본격 출범시켰다.

카이스트·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대(UNIST)·포스텍 등 5대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은 연간 총 38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 우수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료 수입이 66억 원에 그치는 등 평균 R&D 생산성이 미국 대학(3.38%)에 크게 못 미치는 1.70% 수준을 맴돌고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미래부는 기술이전 중심의 종전 방식을 탈피해 학생과 교수들이 연구 성과를 직접 사업화할 수 있게 교내 창업교육부터 보육 지원, 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IPO)까지 기술벤처 창업에 이르는 원스톱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우선 1단계로 창업교육을 강화한다. 올 4월부터 대학별로 운영 중인 기술창업교육센터를 초월한 공동 기술창업교육센터를 카이스트에 마련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스탠퍼드대 등을 벤치마킹해 대학 내 기술창업교육 커리큘럼을 2013년 62개→2014년 93개→2018년 155개로 확충한다.

내년부터는 아예 창업인재 전형으로 입학생을 뽑고 기술창업 부전공과 사전 창업(Pre-Start up)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또 ‘엔젤투자멘토단’을 발족해 선배 기업가들이 멘토링 및 투자를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오는 11월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실전 아이템에 투자를 유도하고, 교원·학생을 해외 파견해 우수 프로그램 도입 및 시장조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런 과정은 데이터베이스(DB)화해 창업 성공·실패 사례집을 발간하는 한편, e러닝 콘텐츠화할 예정이다.

2단계는 공동 기술지주회사 설립이다. 포스텍을 제외한 4개 과기원이 향후 5년간 총 140억 원을 출자해 2023년까지 신규 창업 또는 산학연 조인트 벤처 자회사 70여 개를 거느리는 지주회사를 8월 개소할 예정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카이스트 졸업생 박아론 사장이 창업한 농업벤처 ‘만나씨이에이’의 식물공장 모습. 만나씨이에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