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AS부품 전문 생산회사인 현대파텍스 직원들이 16일 충남 서산 공장에서 단종 차량의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현대파텍스 제공

“20여 년 전 단종된 각(角)그랜저 문짝도 여기서라면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충남 서산시 서산산업단지 현대파텍스 공장.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직원들이 현대·기아자동차의 차량 외관 부품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부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같이 최신형 자동차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부품은 모두 단종된 차량에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현대파텍스에서는 구형 그랜저나 쏘나타 등 단종된 지 10∼20년 지난 모델들의 부품이라도 만들어 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무려 4800여 종의 부품 금형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의 도장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협력업체 한국메탈의 정충택 본부장은 이날 “조금 전까지 기아차의 구형 포르테 차문 20개에 색을 입혔고, 지금은 구형 쏘렌토 차문 30개를 도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신차가 나온 현대차 제네시스와 기아차 카니발의 구형 모델 금형도 각각 지난 2월과 4월 현대파텍스로 이관됐다.

21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현대파텍스는 단종된 차량의 애프터서비스(AS)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예를 들어 단종된 티뷰론 소유자가 현대차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다 부품이 없을 경우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에 부품을 요청하고, 주문을 받은 현대모비스의 물류센터에도 해당 부품이 없으면 현대파텍스에 생산을 의뢰한다. 단종차 부품 생산의 마지노선이 현대파텍스인 셈이며 여기서도 일정 기간 부품 제작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단종 차량 금형은 쇳물로 녹여 재활용된다.

현대파텍스는 지난 2005년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단종 차량의 AS용 부품 위탁 생산을 위해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현대파텍스는 단 한 개의 부품 생산을 위해 라인을 돌리기도 한다.

조창석 현대파텍스 부장은 “현대파텍스는 노후 자동차 고객을 위한 회사”라며 “관련 법에는 차량 단종 후 8년간 부품 공급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대파텍스는 10년 이상된 차량 부품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종 차량 AS 부품 생산구조가 현대파텍스로 단일화하면서 현대·기아차도 단종 차량 부품 공급을 위한 중복 투자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보고 있다.

조 부장은 “현대·기아차가 신차 개발과 양산차 생산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고령차 운전자가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산 =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