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3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 영향으로 제수용품·선물가격 상승이 예고된 가운데 20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고객들이 예약을 받고 있는 추석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과일보다는 가공식품 위주로 선물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만난 이지연(64) 주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에는 친인척들의 추석 선물 비용으로 20만 원을 넘게 썼는데 올해는 10만∼15만 원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라며 “제수용품도 꼭 필요한 품목들만 구입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3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9월 8일)과 소비침체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21일 대형마트와 물류업체 등에 따르면 이른 추석으로 햇과일이나 육류 선물 세트 등 추석 선물 물량 확보와 배송에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유통·물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채재영 홈플러스 영등포점 선임은 “올 추석은 여름 휴가철과 이어져 있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고객들이 값이 10∼15%가량 뛸 것으로 예상되는 과일이나, 상대적으로 고가인 육류보다는 저렴한 가공식품을 더 선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추석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빠르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수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햇과일 수확 시기를 2∼3일 앞당겨 수요와 공급을 최대한 맞춘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솎아내기 작업을 통해 과수 크기를 늘리고, 은박 매트를 지면에 깔아 햇빛 반사율을 높여 생육 촉진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공식품은 2만∼3만 원대 중저가형 제품 외에 5만 원대 프리미엄 제품군 물량을 20% 늘리고,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정육 및 수산물 세트는 3만∼10만 원대 중저가형 물량을 20% 이상 늘렸다.

롯데마트도 배 선물세트 물량의 70%가량을 납품해 오던 전남 나주 지역보다 더 남쪽에 위치한 전남 영암·보성이나 경남 하동 등에서 200여 농가를 신규 발굴해 물량을 추가 확보했다. 골드키위나 망고 등 물량 확보가 쉬운 수입과일 선물세트도 늘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육류는 더위에 따른 변질을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X패드’라는 신규 보관방식을 적용해 고객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업체들도 무더운 추석 연휴에 비상이 걸렸다. 육류나 생선 등 상하기 쉬운 물품들의 배송을 위해 냉동고 확보 등 대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8월 중순부터 특별수송기간으로 정해 인력 충원 등 추석 배송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올해는 더운 날씨로 인해 고기류 등의 배송에 대책이 필요해 냉동고 보강 등 대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임대환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