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7일 오전 강원도 소방본부 소속 헬기가 광주 광산구 장덕동의 한 아파트 옆 인도에 추락하기 10여 초 전에 한 시내버스가 추락지점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헬기가 추락한 뒤 화염이 일고 있는 모습. 광주시 CCTV통합관제센터 제공

강원도 소방본부 헬기가 17일 오전 광주 도심에 추락한 순간 및 전후 모습을 찍은 동영상들이 3건 공개돼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광주시 CCTV통합관제센터는 헬기 추락 사고 현장 인근 CCTV가 사고 당시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17일 오후 공개했다. CCTV 영상에는 추락사고 시각이 오전 10시 52분 40초로 기록됐다. 이 영상에는 헬기가 추락하는 장면은 보이지 않지만 헬기가 지면에 닿아 폭발하면서 커다란 화염이 이는 장면이 담겨 있다. 특히 헬기 추락 10여 초 전에 한 시내버스가 추락지점 바로 옆에 있는 정류장에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모습이 찍혔다.

만일 시내버스가 승·하차하는 승객을 위해 정류장에 멈춰 섰다면 대형 민간 참사가 벌어질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류장에는 이 사고로 화상을 입은 박모(18·고3) 양이 있었으나 이 버스의 행선지가 자신의 목적지와 달라 손을 들지 않았다. 시내버스가 정류장을 그냥 지나친 것은 하차할 승객이 없었고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추락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상은 사고 현장 인근에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힌 것으로 헬기가 70∼80도로 ‘수직 강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고 직후 상황은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임준묵(50) 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에 나와 있다. 부상자 박 양으로 보이는 여성이 화염을 피해 이동하는 모습과, 추락 후 20여 초쯤 지나서 헬기에서 2차 폭발하는 상황이 담겨 있다. 당시 도로에 나와 있던 상인과 주민들이 놀라는 모습과 소방차가 출동해 긴박하게 불을 끄는 모습도 있다.

한편 광주시 소방본부 119 상황실은 최초 신고 접수가 사고 발생 후 1분이 지나지 않은 오전 10시 53분에 이뤄졌고, 이후 잇달아 100여 건의 같은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이 아파트와 상가, 학교가 밀집한 지역으로 그만큼 많은 사람이 목격했음을 말해준다.

광주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