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과 남편 펜더 아라자비 박사가 파리 세계여성지도자회의(GSW)에 함께 참석, 나란히 앉아 있다. 아라자비 박사는 할로넨의 자문역으로 오래 활동했고, 두 사람은 2000년 결혼했다.

지난 6월 4∼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여성지도자회의(GSW·Global Summit of Women)는 전·현직 여성 대통령의 다양한 활동 스타일을 비교해 볼수 있는 기회였다.

이 회의에 참석한 전·현직 여성 대통령은 4명이다. 현직으로는 아티페테 야햐가(39) 코소보 대통령, 마리 루이즈 콜레이로 프레카(55) 몰타 대통령이, 전직으로는 타르야 할로넨(70) 전 핀란드 대통령, 로자 오툰바예바(64) 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등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국가경영 노하우를 전해주기 위해 GSW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현직 대통령들이 바쁜 공식일정을 뒤로 한 채 국제여성연대를 위해 회의에 참석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야햐가 대통령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내전 및 코소보 사태 후 탄생한 유럽의 소국 코소보의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는 4일 GSW 개막 기조연설에서 “한 나라의 수준은 그 나라 여성이 어떤 대우를 받느냐는 데서 결정된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유명한 발언을 소개한 뒤 “보스니아 내전 당시 여성들은 성폭력의 희생자가 됐지만, 새롭게 태어난 코소보는 여성의 권리가 바로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한 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 군인들에 의한 코소보 여성 강간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성폭력을 수단으로 쓴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코소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코소보는 보스니아 내전 후 2008년 독립한 작은 나라다. 인구도 170만 명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국가공인을 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인근 세르비아 등으로부터는 국가공인을 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야햐가 대통령은 세계의 정치·경제·사회 여성 지도자들이 참석한 GSW 회의 기조연설 후 이튿날 오전 3시 귀국길에 올랐다. 그가 무박 2일의 힘든 출장을 강행한 것은 바로 힘 없는 독립국 코소보의 현실을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및 세계 여성 리더들에게 알리고 연대를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GSW 글로벌 후원사인 성주그룹의 김성주 회장은 회의기간 중 코소보 여성을 위한 MCM 바자회를 개최했다. 이후 김 회장은 수익금 5만 유로(약 6889만 원)를 성주재단을 통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코소보 여성들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툰바예바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키르기스스탄을 대표해 활동해야 하는 일이 많아 전직 대통령(포스트 프레지던시)도 명백히 하나의 직책이라는 생각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퇴임 후 교육사업에 전력하면서 GSW와 같은 국제회의에 참여하며 중앙아시아의 소국 키르기스스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