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튀어야 산다고 합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색다른 ‘걸그룹’이 등장했습니다. 골프를 테마로 삼은 여성 5인조 트로트 그룹 ‘레이디 티’입니다. 레이디 티란 말 그대로 빨간색 푯말이 그려진 여성 전용 티잉그라운드를 말합니다.

다음은 이들의 데뷔곡 ‘땡그랑’과 함께 발표한 ‘골프야’라는 트로트 풍의 노랫말입니다. “…골프가 뭐길래 골프가 뭐길래 내가슴을 이렇게 애태우나/…정말 너를 몰랐다면 아파트 한 챈 샀을 거야/니가 오비날 때 나는 행복했었다/니가 버디할 때 나는 눈물 흘렸다…/골프야 골프야 나의 사랑 골프야 타이거 우즈처럼 시원하게 날려보자/…허구한 날 털리고 털린 내 지갑 좀 웃게 해다오/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더라면 서울대 열 번은 갔을 거야/내가 오비날 때 넌 날 위로했지만 내가 버디할 때 넌 날 축하했지만/나는 알아 친구야 그건 다 거짓말 너도 나도 알고 있잖아…”

마치 골퍼들의 푸념을 적어 놓은 듯한 가사가 골퍼들에겐 퍽 친숙한 표현들이 많아 금세 공감이 갑니다. 그동안 가수 중에는 골프를 소재로 한 노래를 부른 가수는 몇명 있었지만 이처럼 ‘골프’만을 다루는 가수는 이들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구성된 이들은 스스로 전 세계에서 유일한 ‘맞춤형 골프 걸그룹’이라고 자랑합니다.

이들은 한술 더 떠 노래를 통해 골프 대중화에도 기여하겠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운동’과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한 데 뭉친 이들은 이젠 ‘골프’와 ‘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예쁜 외모는 여느 걸그룹과 차이가 없지만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베테랑들입니다. 전문 춤꾼을 비롯, 방송국 출신의 합창단원과 공채 탤런트, 판소리, 쇼핑호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재주꾼들로 모두 골프를 잘 친다고 합니다. 이들은 데뷔 전부터 노래와 안무 연습뿐 아니라 필드에서도 땀 꽤나 흘린 덕에 80대 스코어를 치는 멤버도 있다고 합니다. 골프를 알아야만 팬들과 소통된다는 생각에서 칼을 갈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지난 5월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골프장에서 열린 그린콘서트 때 무대에 올라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들은 각종 골프대회 때 프로암대회 행사나 골프관련 행사에서 노래는 물론, 팬들과 플레이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골프 관련 행사나 연말 각종 골프단체의 시상식 때 유명 걸그룹을 초청해도 청중 대부분이 골프치는 아저씨·아줌마 중년세대인 탓에 걸그룹을 대하는 반응이 처음엔 호기심을 보이다 노래를 이해하기 어려워 이내 썰렁한 모습이 자주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등장에 벌써부터 골프행사에 이 걸그룹의 초청 의뢰가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포화상태인 가요시장에서 틈새시장을 노린 이들의 색다른 실험 결과를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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