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평화헌법 근간을 무너뜨리고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바꾸려던 시도가 최종 단계에 진입했다. 일본 정부는 1일 오후 각의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방침을 결정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패전국으로서 일본은 ‘방위를 위해서만 무력을 사용한다’, 즉 헌법 제9조 전수방위(專守防衛) 조항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아베 정권은 이를 정면으로 뒤집고 있다.

더 심각한 일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요건을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일본 정부가 해석하기에 따라 어떤 전쟁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는 점이다. 한때 아베 총리도 주변국가들과 일본 여론의 역풍을 고려해 집단적 자위권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한정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아베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관한 각의 결정문안’의 ‘무력행사 신(新) 3요건’에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의 다른 나라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 권리가 전복될 명백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밀접한 나라’라는 조건은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명백한 위험’이란 표현도 애매하기 짝이 없다.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해석하고, 거기에 근거해 모든 종류의 전쟁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다. 최근 무기수출을 금지해온 ‘무기수출 3원칙’을 포기한 것만 봐도 아베 정권의 숨겨진 야심을 알 수 있다.

일본은 과거 조선 침략, 만주사변, 중일전쟁 등을 일으킬 때 그런 구실을 만들었었다. 이를 기억하는 한국과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은 침략에 대한 반성 없이 일본이 전쟁 국가로 나아가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다. 아베 정권은 반(反)역사적 행태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