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부산 중구 망양로 가파른 비탈길의 모노레일.

“한 남자가 여자를 초대해 가장 멋진 곳에서 로맨틱한 방법으로 마음을 고백하려 한다. 그는 역사,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산복도로를 함께 여행하며 사랑을 고백해 연인이 된다.”

최근 부산시가 실시한 ‘산복도로 여행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박건수 씨의 ‘두근두근 산복도로 갤러리 데이트’ 내용이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전국 도시재생의 모범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산복(山腹)도로는 고지대 산중턱을 연결하는 도로로 옛 피란민 시절부터 형성된 서민들의 달동네 지역을 말한다. 부산시는 지난 2010년 7월부터 486억 원을 들여 옛 도심인 중·동구와 서·사하구 등 4개 구역에 139개 단위사업으로 추진한 산복도로 사업 4년의 성과를 30일 발표했다.

이 사업은 오래된 집들을 허물어 고층 아파트를 세우는 재건축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마을 공동체를 회복해 주거생활을 개선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역 역사의 스토리텔링을 복원해 관광명소화하고 문화인프라를 구축했다. 폐·공가와 유휴지를 활용해 채소, 새싹인삼 등을 수경재배하는 수직건물농장과 공예품, 기념품을 제조·판매하는 마을기업 등을 만들어 주민 자활 공간도 확충했다. 산복도로의 특성상 부산항의 아름다운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카페, 커피숍 등에는 관광객들이 항상 붐비고 있다. 부산의 각 산복도로에는 지역마다 지난 한 해 동안 20만∼3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가장 큰 변화는 생활환경 개선으로 핸드레일, 덱계단 등의 아름다운 보도 및 도로, 공영주차장을 설치하고 발광다이오드(LED) 가로등 교체 등 야간경관조명사업으로 편리하고 안전한 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구 망양로의 가파른 골목길에는 노인 등 보행약자를 위한 전국 첫 ‘복지형 모노레일’이 지난 20일부터 운행되고 있다. 또 33곳의 마을공동체가 구성돼 협동조합이나 예비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등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 마을경제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마을카페와 공동작업장에서 마을신문을 만들고 텃밭음악회, 마을합창단, 상자텃밭 운영 등의 공동체 활동으로 주민들은 활력을 되찾았다. 동구 초량동에는 이바구(‘이야기’의 부산 사투리)공작소와 김민부전망대, 중구 대청동에는 금수현의 음악살롱, 서구 아미동에는 최민식갤러리가 들어서는 등 8곳의 스토리텔링형 공간이 마련됐다. 감천문화마을은 마을 경관을 활용한 아시아 대표 문화마을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성과로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지난해 대한민국 지역희망박람회 지역발전대상, 민관협력 우수사례 공모대회 대상, 지역공동체 활성화 발표대회 최우수상 등 상을 휩쓸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