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관상 보는 조교사’ 김영관 씨가 27일 자신의 마방 소속 경주마를 쓰다듬고 있다. 렛츠런파크 제공

“성공의 비결은 절름발이 암말 ‘루나’와의 인연 때문입니다. 루나에게 배워서 저도 최선을 다했고 그때부터 새로운 안목도 키우게 됐죠.”

경주마의 관상(觀相)을 보고 잠재력을 판단해 상금만 무려 250억 원을 벌어들인 조교사가 화제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옛 부산·경남 경마공원) 소속의 김영관(54) 조교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7일 렛츠런파크에 따르면 김 조교사가 선발하고 훈련시킨 경주마들이 527번의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상금액수도 250억 원에 달한다. 김 씨는 특유의 감각으로 경주마를 선별해내 적절한 훈련과 정성으로 키워 서울, 부산 등 전국 조교사 86명 중 우승횟수, 상금액 등을 고려할 때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경마에서 기수와 말이 선수라면 조교사는 감독 역할에 해당된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경주마의 가장 큰 결정요인은 혈통이다. 따라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혈통 좋은 경주마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혈통만 좋다고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경주마의 잠재력에 대한 안목, 그리고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조련 능력 등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김 씨는 이 부분에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김 씨는 ‘관상 보는 조교사’로 통한다.

김 씨는 “대성할 경주마는 어깨가 튼튼하면서 체형이 균형과 대칭을 이뤄야 한다”며 “콧구멍은 넓고 커야 하며, 가슴은 두껍고, 등은 짧고, 엉덩이는 둥그스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김 씨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경주마는 루나다. 선천적인 장애로 발을 절뚝이는 루나는 역대 최저가인 970만 원에 낙찰됐지만 2004년부터 은퇴한 2009년까지 33경기에서 13승과 5회의 2위를 기록했다. 루나가 벌어들인 상금은 7억2000만 원으로 몸값의 74배에 달했다. 기수 생활을 하다가 마필 관리사 등으로 전전했던 김 씨는 “인정받지 못하는 10여 년의 어려운 시절이 있었지만 루나의 장애에서 극복의 인생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루나는 눈물이 고일만큼 다리가 아파도 절대 중도포기 없이 강한 승부욕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곤 했다”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고마웠고 그 때마다 내 자신을 스스로 돌아볼 때가 많았다”고 밝혔다. 김 씨의 마방에는 루나 이외에도 지난 2009년 삼관경주를 휩쓴 ‘상승일로’, ‘남도제압’, 지난해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제패한 ‘인디밴드’, 최강 여왕마 ‘감동의 바다’를 비롯, 한국경마 최다연승 기록을 보유한 ‘미스터 파크’ 등 50여 마리의 경주마들이 있다. 렛츠런파크 측은 “김 조교사를 보면 좋은 말을 고르는 재주가 출중해 ‘백락일고(伯樂日顧)’라는 고사성어까지 남긴 중국 춘추시대의 전설적인 인물 ‘백락’이 연상된다”고 밝혔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