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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새누리당과 정부가 26일 오전 당·정 협의를 갖고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을 논의했다. 한여름철 무더위로 2011년 같은 대정전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일본의 경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原電)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나면서 48기의 원전이 1기도 가동되지 않는 초유의 여름을 맞으면서 정전(停電)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 비하면 지진이 훨씬 적은 우리로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발전 시설들이 안전하게 가동될 때 한국도 대정전의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도쿄를 포함한 간토 지역, 오사카를 품고 있는 간사이 지역, 규슈 지역 등 지역별로 전력회사가 다른 일본에서 올여름 대정전의 불안이 가장 큰 곳은 규슈 지역이다.

전력 예비율이 1.8%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원전이 가동되지 않고 화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규슈 지역의 화력발전소가 고장으로 멈춘다면 곧바로 대정전 사태라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터지기 이전의 전력 예비율 40%를 자랑하던 일본이 ‘원전 가동 제로’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다 보니 곤궁하기 그지없다. 48기의 원전을 가동하지 않아도 대정전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배경에는 설계 수명이 다한 화력발전소를 완전히 폐쇄시키지 않고 보수·유지하면서 그대로 보존했기 때문에 노후 화력발전소지만 풀 가동하면서 근근이 한해 한해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안전심사를 기다리며 재가동의 기회를 보는 17기의 원전은 안전심사를 통과하고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가동되는데, 적어도 올 여름은 1기의 원전도 가동되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원전의 안전 가동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일본처럼 원전이 가동되지 않아도 화력발전의 여유가 있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화력발전의 큰 여유가 없다. 따라서 원전의 안전 가동에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 23기의 원전을 가동하는 한국은 이제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이고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한 나라다. 한국만의 원전이 아니고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적인 원자력 기술을 과시하는 수준이다. 그런 만큼 원전 가동의 안전, 경영의 투명성 등 국제적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유념, 신뢰받는 원자력이 돼야 한다. 그래야 일본의 원전 형편이 휘청거리고 있는 지금 또다시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또한, 화력발전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돌이켜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교토의정서 국제 레짐의 합의를 이끌어냈던 일본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원자력 발전이 타격을 입다 보니 천연가스와 석탄 등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화력발전소 건설에 나서고 있다. 간사이전력과 중부전력은 각각 100만㎾에서 150만㎾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해 2020년대 전반에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원전이 가동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은 아직도 큰 한계에 직면해 있고 궁여지책으로 석탄화력발전을 증설한다는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정전사태를 막으려면 달리 도리가 없다. 세계 3위 원전대국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대정전 없이 버텨온 것은 노후화된 화력발전의 보수·유지의 지혜가 담겨 있고 땅이 흔들리다 보니 화력발전의 여유를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천연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이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경제가 더욱 성장하면서 전력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될 미래에 대비해 안전한 원자력 발전과 화력발전의 여유를 더 많이 확보할 때 안정적인 전력수급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