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라크 정부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비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이 수니파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위축된 시아파 이라크 정부를 돕기 위해 군사 장비 및 물자를 비밀리에 제공해 왔다고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한 관계자는 이란에서 출발한 수송기가 하루 2대씩 각 각 70t가량의 군사 용품을 싣고 바그다드로 보내진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당한 양”이라면서 “반드시 중무기라고 볼 수는 없지만 단순한 소형무기나 탄약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 사령관인 카셈 술레이마니는 지금까지 최소 두 차례 이라크를 방문해 이라크 군사자문관들의 전략 수립을 지원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또 10여 명의 쿠드스 대원들을 이라크에 파견해 이들이 이라크 군사령관들에게 자문하거나 2000명이 넘는 시아파 민병대를 남부지역에 동원하도록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또 바그다드에 위치한 알라쉬드 비행장에 특별통제소를 마련, 이란이 자체 제작한 감시 무인기인 아바빌을 바그다드 상공에 보내고 있다. 알라쉬드 비행장에 신호정보를 분석하는 부대를 파견하기도 해 무장단체 내부의 통신 정보 감청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이란의 행보는 최근 미국이 300여 명의 군사자문관을 이라크에 파견키로 하는 등 이라크 정부 지원을 본격화한 시점에 나온 것이지만, 미국과 사전에 조율된 것은 아니라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주 열린 이란 핵협상에서 이란 외교관들과 별도로 회동을 하는 등 미국은 그동안 이라크 사태와 관련, 이란과의 대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일정한 수준의 협력에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란 외교부에 비해 이라크 관련 정책을 총괄했던 술레이마니는 정반대 입장이어서 이란 내부에서도 균열이 포착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카타르에 위치한 브루킹스 도하 센터의 찰리 리스터 연구원은 “이란은 바그다드와 남부지역의 결속을 강조하고 시아파 민병대 세력을 재편하면서 이라크 정부군 중앙 조직에서 지배력을 지닌 사령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