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역사의 퇴행과 군사(軍事)대국화 야욕을 더 노골화·구체화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20일 발표 예고된 ‘고노 담화 검증 결과’를 통해, 1993년 당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일본군(軍)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했던 담화가 자율적인 판단·결정에 따른 게 아니라 한국 정부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일 뿐이라는 식으로 왜곡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16일 개막한 세계 최대 규모의 무기(武器) 전시회 ‘유로 사토리’에 처음 참가해 무기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제 사회의 우려를 더 키우고 있는 것도 아베 정부의 그런 행태 때문이다.

박근혜정부가 17일 거듭 밝힌 대로 고노 담화는 일본의 자체 조사와 판단에 따른 것임이 분명하다. 발표 당사자인 고노 전 장관도 지난 5월 29일 강연에서 “내가 한 일에 덧붙일 것도, 뺄 것도 없다”며 그 사실을 재확인했다. 설령 발표 과정에 한국 정부와 대화가 있었을지라도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을 파괴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아베 정부가 국제 상식까지 정면으로 거스르며 고노 담화를 흔드는 저의는 침략 역사의 부정과 정당화 외에 달리 있을 수 없다.

‘평화국가’의 상징이었던 ‘무기수출 3원칙’을 지난 4월 철폐한 지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의(時宜)에 아베 정부가 일본 기업 13개에 대해 신형 장갑차 모형을 비롯해 지뢰탐지기·기상레이더 등을 유로 사토리에서 선보이도록 종용한 배경이 무엇이겠는가. 침략 역사와 함께 군사대국화도 정당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 없이는 군사 대국화도, 집단 자위권 추진도 국제 사회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세계 질서를 이끄는 책임 있는 국가 중의 하나가 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