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 3일째인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동방의 로마’로 불리는 고도(古都) 사마르칸트를 시찰했다. 고대 실크로드의 심장 역할을 했던 사마르칸트는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의 긍지이자 이슬람 카리모프 현 대통령의 고향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날 시찰은 지난해 6월 중국 방문 당시 진시황릉으로 유명한 고도이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고향인 시안(西安) 시찰과 마찬가지로 ‘마음을 얻는 외교’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사마르칸트를 방문, 유적들을 둘러보고 사마르칸트 주정부 주최 오찬에 참석한다. 기원전 8세기쯤 도시국가로 출발한 사마르칸트는 산스크리트어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고대 실크로드에서 동서 문화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레기스탄 광장, 비비카눔 모스크, 구르아미르 무덤 등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유적지가 즐비하다. 도시 자체도 지난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문화의 교차로’로 등록됐다. 8세기 초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의 고승 혜초가 거쳐갔을 만큼 한국과의 역사적 인연도 있는 곳으로, 이곳 아프로시압 박물관에는 7세기 무렵 이곳을 방문했던 고구려 사신을 그린 벽화가 소장돼 있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앞선 해외 순방에서도 중국의 시안,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미술관,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 등 방문국의 문화적 상징으로 여겨지는 장소나 유적을 찾아갔었다. 이런 행보가 방문국 정부뿐 아니라 국민들과도 교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카리모프 대통령은 예정과 달리 박 대통령의 사마르칸트 시찰에도 동행했다. 박 대통령은 사마르칸트 시찰을 마친 뒤 곧바로 두 번째 방문국인 카자흐스탄으로 이동, 동포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박 대통령과 카리모프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수르길 가스 프로젝트, 탈리마잔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가스액화사업 프로젝트 등 80억 달러 규모의 기존 경제협력 사업의 성공적 이행 방침을 재확인하고 칸딤 가스전 개발 및 가스처리공장 건설(40억 달러 상당), 사마르칸트 태양광 발전 협력(3억 달러 상당) 등 신규 사업도 함께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담은 당초 45분으로 예정됐던 단독 정상회담이 2시간 10분으로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1시간 30분가량 연장됐다.

사마르칸트 =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