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등학교 놀이터 10곳 중 1곳가량은 정기 안전점검에서 불합격 처분을 받아 폐쇄 조치됐거나 일부 놀이기구의 이용금지 처분이 내려졌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어린이들이 여전히 뛰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부족으로 학교 당국이 개·보수를 미루고 있는 사이 어린이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9일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안행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상 어린이 놀이시설이 구비된 전국 6636개 초등학교 중 놀이시설 안전 문제가 심각해 운동장이 폐쇄된 학교는 339개, 일부 놀이기구의 이용금지 처분이 내려진 학교는 317개로, 9.8%가량의 초등학교 놀이터에 위험 요소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이 같은 판정에도 불구, 학교 어린이 놀이터는 여전히 어린이들의 접근조차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인천 남동구 A 초등학교 놀이터는 최근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안전점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일부 놀이기구 이용이 금지된 상태다. 하지만 지난 5일 학교 운동장을 확인한 결과, 점심시간과 방과 후 학생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한 안전 펜스를 넘어 여전히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용금지를 당했지만 제대로 된 안내문 하나 없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서초구 B 초등학교 놀이터의 철사다리가 연달아 붙어있는 모양의 ‘오르는 기구’는 이용금지 상태지만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안전제일’ 플라스틱 펜스만 노끈에 묶여 있을 뿐이었다. 8일 3세 아이와 함께 이 학교 놀이터를 찾은 조모(여·34) 씨는 “주변 아파트에 살아 놀이터에 자주 오는데 놀이기구가 이용이 금지된 줄은 모르고 있었다”면서 “평일에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 놀이기구를 이용하고 주변에서 많이 뛰논다”고 말했다. B초교 관계자는 “놀이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행부의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 관리도 허점 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A초교의 경우 안전점검에서 이용금지처분이 내려졌지만, 안행부 관리시스템에는 ‘운영’으로 표시되는 등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초등학교 놀이터 10곳 중 1곳가량 위험요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박이선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은 “일선 학교들이 운동장 놀이 시설에 대해서는 예산을 후순위로 미뤄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면서 “교육당국의 놀이시설 관련 안전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