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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문맹인의 사회입니다. 글자만 읽을 줄 알았지 제대로 된 문장 한 줄 못 쓰고, 문장이 길어지면 읽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맹목적 파시즘이 싹트기 아주 좋은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국가의 사생활’,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작가 이응준(44·사진)은 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점차 사유하지 않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디지털 대중문화 사회가 될수록 책 한 줄, 신문 쪼가리 하나 보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뭘 먹고 어딜 갔고 즐거웠다는 식의 생각도, 전략도, 테크닉도, 아름다움도 없는 문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했다.

이 작가는 최근 이런 문제의식 속에 일명 ‘문화무정부주의’ 조직 ‘문장전선’을 꾸렸다. 전선은 사전적으로 ‘전쟁터’라는 의미와 함께 ‘사회 운동’이란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제대로 된 문장을 통한 투쟁과 운동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고 골치 아파하는 것은 문장입니다. 지금 우리가 이처럼 무기력한 이유는 사유가 담기지 않은 노예의 문장들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투덜되는 투의 문장만 만들고 있는 거죠.”

‘미리 쓰는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어두운 회고’(반비)는 ‘문장전선’의 이름을 단 그의 첫 출간작이다. 앞서 소설 ‘국가의 사생활’을 통해 보여준 어두운 통일 한국의 자화상을 이번에는 논픽션으로 전달한다. 통일에 대한 ‘제대로 된’ 문장들을 위해 사유를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올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책에서 단호하게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통일에 대한 논의를 무의식적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골치도 아프고, 지금 사는 것도 힘드니까 애써 ‘통일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결국에는 좋은 일’이라고 넘겨버립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통일을 맞이하게 되면 정말 아수라장이 될 것입니다. 책은 불편한 진실에 대해 경고하고 제대로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썼습니다.”

이 작가가 제기하는 첫 문제는 통일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도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동서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1989년 무너질 거라 예측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로타르 슈페트 전 서독 주정부 총리조차 통일 독일에 대해 “상상도 못 했으며 대책도 없었다”는 회고를 남긴 적이 있다.

이 작가는 책에서 120만 명에 달하는 인민군에 대한 처리, 막대한 경제적 비용, 남북한 국민들의 갈등 등을 구체적 사례로 들며 다가올 디스토피아를 예견한다. 특히, 그는 가장 큰 문제로 “인간 증오의 문제”를 지적했다. “남한 내부에서도 이념 대립이 이렇게 심각한데, 북한주민들이 오게 된다면 어떨까요. 사실 비용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이겁니다. 인식과 이념, 경제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이 작가는 앞으로 문장전선 시리즈를 통해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소설가가 이런 산문 시리즈를 펴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는 “무딘 사람들의 감각에 자극을 주고 싶다”며 “소설가는 그저 재미있는 얘기나 들려주는 사람이 아닌, 사회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가끔 이상한 얘기가 나오면 ‘소설 쓰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나름 플롯이라도 있어요. 우리가 지금 사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정말 까닭이 없잖아요. 그래서 더 깊게 연구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 작가는 결국 이런 문장의 투쟁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일까. 그는 “지성의 연대를 꿈꾼다”고 했다. “현재 좌파건 우파건 극단으로 가고 있고 파시즘은 더욱 내면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생각과 의지를 잃은 채 방황하고 지성인이고 싶은 사람들은 고독한 우울증에 빠지게 되죠. 함께 무엇이 옳은 길인지를 과학적 방법을 통해 탐구해 보려고 합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