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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웅의 탄생 / 모린 머독 지음, 고연수 옮김 / 교양인

융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인 저자가 인류의 집단 무의식이 발현된 신화, 민담, 동화와 상담실을 찾은 여성들의 꿈을 분석해 ‘여성 영웅의 원형’을 찾아내고, 여성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규명한 책이다. 여성의 정신 발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책으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왜 위대한 영웅들의 전당에는 여성 영웅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출발한다. 1981년 저자는 이 같은 의문을 품고, 20세기 최고 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을 찾아간다. 캠벨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여성은 여정을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여성은 그 자체로 완성된 존재이니까요.” 과연 그럴까. 저자는 당당하게 삶을 사는 듯한 여성들이 오히려 공허감과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남성 영웅의 길을 따르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남성 영웅의 길에 들어선 여성 영웅은 빈약한 기회, 저임금, 불충분한 보육정책, 느린 승진 따위의 외적 시련을 통과해야만 학위, 승진, 명망 있는 직책, 결혼, 경제적 성공이라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여성 영웅의 장애물은 이 같은 외부 세계뿐 아니라 내적 정신 세계에도 똬리를 틀고 있다. 자기 의심, 자기 혐오, 우유부단, 무력감, 절대로 해낼 수 없다는 자기 마음속 악마와 끊임없이 전쟁을 치른다.

이에 저자는 이제까지 여성들을 옭아맨 잘못된 신화를 깨고, 내 안의 여신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남성 영웅의 뒤를 좇는 것은 그만두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알아가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여성이 여성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우선 현실 속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의 어머니가 자상한 어머니건 냉정한 어머니건, 곁에 있어주건 방치하건, 어머니와 내적으로 맺은 관계는 ‘어머니 콤플렉스’로 남기 때문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