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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콤새콤’ 시리즈 - 작은길
‘철학그리다’ 시리즈 - 함께 읽는 책

어려서부터 각종 매체를 통해 영상을 향유하며 자란 신세대가 급부상한 시대. 그리고 경제 경영 분야에서도 인문학적 관점이 강조되는 요즘이다. 글자 이상으로 만화 일러스트 등 이미지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영향력을 방증하듯, 출판가에도 시각적 기획들이 강세다. 가벼운 읽을거리뿐 아니라 인문 철학 분야의 묵직한 주제를 풀어내는 출판 기획에서 이미지와의 접목이 두드러진다. 최근 소설, 영화 등을 원작으로 한 그래픽 노블도 잇따라 출간되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작은길’ 출판사가 최근 펴낸 ‘메콤새콤’시리즈는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교양 만화 기획이다. 과학 편으로 1년 전 첫 책 ‘베게너의 대륙이동설, 살아 있는 지구를 발견하다’를 펴낸 데 이어, 이번에 과학자를 제외한 역사 인물의 삶과 사상을 다룬 인물 편이 처음 나왔다. 그 1, 2권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막시밀리앙 르 루아 글 채색·A 던 그림, 임명주 옮김·사진)와 ‘프리드리히 니체’(막시밀리앙 르 루아 글·그림, 임명주 옮김) 편이다.

또 출판사 ‘함께 읽는 책’은 철학 입문용 그림책 ‘철학그리다’ 시리즈로 ‘마르크스의 유령-마르크스’편(로낭 드 칼랑 지음, 도나시앙 마리 그림, 정기헌 옮김)을 최근 내놨다. 세계적 철학자의 사상과 삶을 조명하는 시리즈로 소크라테스, 칸트, 라이프니츠, 데카르트, 노자, 아우구스티누스에 이어 이번 책이 7권째다.

일반 독자들이 선뜻 다가서기 부담스러워하는 철학적 주제를 다루면서 출판사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성도 높고 주목할 만한 만화와 그래픽을 적극 활용했다. ‘작은길’은 ‘메콤새콤’시리즈 중 인물 편에서 꼼꼼한 손작업이 돋보이는 프랑스의 젊은 만화가 막시밀리앙 르 루아의 작품을 통해 사상가 겸 철학자 소로, 니체의 삶을 재구성했다.

‘메콤새콤’은 ‘만화 너머(Meta-Comics), 새로운 만화(Sae-Comics)’를 뜻하는 이름이다. 한 폭의 인물화나 풍경화처럼 감성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대사 중심으로 특정 인물의 삶을 정리한, 일종의 ‘만화로 쓰는 인물소설’이다. 만화를 뒤적이는 가운데, 월든 호숫가 숲속에 오두막을 짓고 2년여 살며 숲의 삶을 담은 저서를 발표하고, 노예제도를 반대하며 “아무리 보잘것없는 삶이라도 삶과 하나가 되고 가능한 고양된 삶을 살려고 노력하면 그 삶은 영예로운 것”이라 했던 소로의 삶에 다가서게 된다.

29세의 젊은 만화가 르 루아는 소로 편에서 글과 채색을 맡았고 니체 편의 경우 그림까지 직접 그리며 각별히 공을 들였다. 철학과 만화의 결합을 모색하던 중 니체의 일생에 대한 철학자 미셸 옹프레의 영화 대본을 읽고 만화작업을 위해 니체의 발자취를 따라 유럽 각지를 여행했던 만화가. 결국 “지독한 병고와 싸우면서도 철학적 여정을 멈추지 않았던 초인 니체”의 삶을 만화로 부활시켰다.

‘철학그리다’시리즈는 프랑스 출판인 장 폴 몽쟁이 지속적으로 펴내고 있는 기획시리즈다. 철학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짧은 시, 유머러스한 콩트를 연상케 하는 간결한 문장과 서정적인 일러스트와 더불어 철학이야기를 시도한다. 난해한 철학적 개념의 설명이라기보다 즐거운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처럼, 일단 흥미로운 그림으로 출발해 세계노동자 운동의 원론이 된 마르크스의 삶과 사상에 다가선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