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베이징 특파원

아시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의 영유권 갈등이 고조되고 동중국해에서는 중국과 일본 간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도 갈등을 빚으며 동북아에서 상대적으로 고립된 처지였다. 그런 일본이 돌연 북한과 손을 잡았다.

아시아의 신 합종연횡(合縱連橫)이 시작된 것인가. 복잡해 보이는 정세 변화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아시아에서 ‘친(親)중국’과 ‘반(反)중국’을 구분하는 색채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영유권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는 탓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본의 교묘한 숨은 노력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일본과 북한은 지난 5월 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일본인 납북자 현황을 재조사키로 합의했다. 북한의 재조사에 일본은 그 대가로 그 동안 북한에 대해 취해왔던 제재 조치 일부를 해제키로 했다. 한·미·일 3국은 그 동안 북핵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함께해왔다. 이번 북·일합의는 분명 그간의 공조와 어긋나는 것이지만 오히려 이번 합의가 향후 지역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물론 전혀 일리가 없는 게 아니다. 6자 회담을 주도해온 중국도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대화하면서 북한의 성의있는 조치를 이끌어내 보자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의 지난 5월 30일 공식 반응 역시 “(일단) 지역 안정에 대한 기대를 갖고 지켜본다”는 것이다.

일본은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입장을 같이한 듯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대북 제재를 하면서 한·미 양국과 협의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반면, 일본은 한국, 미국과의 사전 협의도 없이 기존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현 아시아의 복잡한 정세를 고려할 때 일본의 의도를 순수하게만 보기 힘들다. 일본은 우경화로 인해 한국, 중국 등과 대립하면서 극동 아시아에서 고립돼 왔다. 특히 중국과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해양 영유권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일본이 적극 끌어들인 것이 미국이다. 미국은 최근 중·일 간의 갈등에서 일본 지지 입장을 분명히했다. 미국 역시 중국에 대한 견제가 필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같은 이유에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등에 대한 군사적 지원 의지를 확인했다.

실제 의도했든 안했든 간에 아시아 내 반중국 세력의 중심에는 일본의 모습이 보인다. 북·일 합의는 그런 일본의 모습은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아시아를 ‘중국 중심’과 ‘일본 중심’으로 양분하면서 혹 일본은 과거 아시아 종주국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실은 아쉽게도 중국 대 일본이 아니라 중국 대 미·일이다. 지난 5월 30∼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는 이 같은 아시아의 상황을 극명히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한국을 찾는다. 현재 6월 말 방한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은 분명 아시아 정세 변화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에 참여하라는 어려운 숙제를 던져놓고 있다. 궤계다단(詭計多端·모략과 술수가 넘치는)의 시대다. 국가의 핵심 이익을 분명히 하고 지켜나갈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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