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11%나 올라 주요 신흥국 통화 중 ‘나홀로’ 절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와 같은 경상흑자 증가와 외국인 자본 유입이 집중될 경우 올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000원, 내년에는 950원까지 하락(원화 가치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지난 5월 30일 장중 1020원선이 무너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 8일 이후 5년 9개월 만에 장중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 5월 31일(1129.7원)부터 지난 30일까지 원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10.7% 올라 주요 신흥국 통화 중 유일하게 절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는 이 기간에 34.6% 떨어져 가장 많이 절하됐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15.4%), 터키 리라화(-10.5%), 러시아 루블화(-8.7%), 태국 밧화(-7.6%),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4.5%), 인도 루피화(-4.4%), 말레이시아 링깃화(-3.7%), 필리핀 페소화(-3.4%), 중국 위안화(-1.8%), 대만 달러화(-0.3%) 등의 순으로 절하됐다.

신흥국 통화 가치는 지난해 5월 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 시사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올 들어 지난 3월 이후 올랐으나 아직 플러스로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기간 중 원화 가치만 가파른 속도로 올랐던 셈이다.

원화 가치는 이 기간에 일본 엔화 대비 12.1%, 중국 위안화 대비로도 12.7%나 절상됐고, 통화 강세로 인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는 유로화 대비로도 6.1%나 절상됐다. 이 같은 원화 강세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째 진행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6.7%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 누적 증가, GDP 대비 2.8%에 불과한 예금은행의 단기차입 등 외화부채의 안정화,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자산 선호 재개 가능성 등이 원화 강세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050원, 2015년에는 100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 주식과 채권시장에 외국인 자본 유입이 더욱 집중될 경우 환율은 올해 1000원, 내년 950원까지 절상될 것으로 추정됐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주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책을 선택하면 신흥국 자산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원화가 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