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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대중은 ‘권력’을 어떻게 바라볼까.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의 정치심리극 ‘줄리어스 시저’(연출 김광보·6월 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사진)는 이에 대한 매우 의미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권력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온갖 권모술수와 수단을 동원하고 피를 흘리는 투쟁 끝에 쟁취하는 것으로, 권력자에겐 도덕적 우위가 아니라 이를 지탱하는 현실적 힘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브루투스 너마저도”라는 대사로 유명한 ‘줄리어스 시저’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나오는 로마 공화정 말기의 장군 시저, 브루투스, 안토니우스 전기를 엮은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시저를 영웅이라기보다는 인간적 약점을 지닌 인물로, 정치가 브루투스는 이상적이고 도덕적 인물로 묘사한다. 이 작품에서 브루투스는 독재를 우려해 신으로 추앙받던 시저를 살해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연출을 맡은 김광보는 이 같은 시저 대 브루투스의 대비를 더 강하게 밀어붙여 시저는 부패하고 권력에 취해 이성적 판단을 못하는 어리석은 인물로, 브루투스는 공화제라는 선을 위해 칼을 드는 이상적 인물로 그려냈다. 김 연출가는 “브루투스가 혁명에 실패하는 것은 비상식적 상황에서 상식적 인물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막이 열리면, 고귀한 성품의 브루투스는 시저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그가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왕으로 추대될 것을 우려한다. 시저 암살 음모를 꾸미던 카시우스 일당은 브루투스의 이같은 우려를 자극해 그를 역모로 끌어들인다. 결국 “이 세계를 지탱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바로 시저야”라며 오만한 독재자 모습을 보이는 시저는 암살자들의 칼에 찔려 숨을 거둔다.

연극 ‘줄리어스 시저’ 무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간사한 책략과 사자와 같은 힘을 사용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새롭게 번역 출간되고, 영화에서는 ‘역린’, 안방극장에서는 드라마 ‘정도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기존의 작품과 다른 우리 시대 대중의 의식이라는 새로운 지점이 드러난다. 권력이란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적은 물론 동지에게도 칼을 겨눌 수 있으며, 적과 손을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거머쥘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루투스는 결국 혁명에 실패하는데 이는 두 가지 잘못의 결과다. 상대에게 틈을 내준 우유부단함과 낭만적 판단이다. 브루투스는 시저의 부하 안토니우스의 말에 넘어가 그를 제거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고, 안토니우스가 시저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브루투스는 장례식에 먼저 나와 “내가 시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에 그를 죽였다”고 대의명분을 밝혀 시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안토니우스는 격정적 추도사로 시민들의 마음을 되돌려놓고 상황을 역전시킨다.

문화평론가 황진미 씨는 “드라마, 영화를 휩쓰는 이 같은 대중적 텍스트에 대한 환호는 현실정치에 관한 환멸인 동시에 정치에 대한 실망이 거듭되면서 대중도 권력의 속성에 현실적 통찰을 갖게 됐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황 씨는 “이는 권력의 본래적 속성이었지만 한때 도덕적 지도자를 바라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믿었던 짧은 시간이 있었다”며 “우리 대중도 권력이란 비둘기 같은 선량함뿐 아니라 뱀 같은 지혜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한편 손종학, 윤상화, 박호산이 각각 시저, 브루투스, 안토니우스로 서고, 연출가는 여성 배역을 모두 남성으로 교체해 16명의 남자 배우들로만 무대를 끌어간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