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줄리언 반스(아래)와 아내 팻 캐바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몇 백 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떨어지는 내내 의식이 있는 상태였고, 장미 화단에 발로 착지해 무릎까지 파묻히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내장기관이 파열되어 몸 밖으로 터져 나왔다면 어떨까.”

줄리언 반스는 신작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다산책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기분을 끔찍한 추락에 비유한다. 상실의 슬픔이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으로 치환돼 독자에게 닿는다. 애써 외면하지 않고, 자신이 얼마나 비통한지를 낱낱이 털어놓는 그의 고백에서 영원한 사랑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반스는 지난 2011년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그의 책은 국내에서도 10만 부 이상 팔렸고, 많은 팬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 같은 영광이 그에게 큰 감흥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8년 그는 아내를 잃었다. “그녀는 내 삶의 심장이었다. 내 심장의 생명이었다”고 한 팻 캐바나다. 반스는 그가 낸 모든 책에 “팻에게 바친다”는 헌사를 썼고, 팻 캐바나 또한 영국 최고의 문학 에이전트로 문학적 동반자로서 역할을 했다. 이들이 함께해 온 30년간의 결혼생활은 팻이 뇌종양으로 급작스럽게 길에서 쓰러진 지 37일 만에 끝이 났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캐바나를 잃은 후 5년 동안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던 반스의 회고록이자, 내면을 그대로 드러낸 에세이다. 1부 ‘비상의 죄’, 2부 ‘평지에서’는 19세기 후반 기구를 타고 하늘에 올랐던 영국인 프레드 버나비, 프랑스인 사진 작가 나다르,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 등 세 실존인물의 기록과 버나비와 베르나르의 허구적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늘을 날던 그들은 땅으로 내려왔고, 버나비와 베르나르는 땅에서 사랑했지만 결혼에 이르지 못한다. 3부 ‘깊이의 상실’은 이제 지하로 내려온다. 반스는 여기서 아내를 잃은 심경을 가감없이 쏟아낸다. 원제목 ‘인생의 층위들’(Levels of Life)대로 에세이는 하늘과 땅, 지하의 모습을 그린다.

반스는 책에서 “우리는 죽음, 그 진부하면서도 유일무이한 현상에 대처하기엔 턱없이 미숙하다”고 고백한다. 친구들의 위로, 배려, 무관심 모든 것이 그에게 고통이었다.

“아내가 없어진 지금, 내가 무슨 수로 아내와 함께할 때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인생의 무의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자살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그 이유, 자신이 아내를 기억하는 가장 주된 사람이기에 자신이 죽는다는 것은 아내를 두 번 죽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