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협상을 통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북한의 경제가 악화되면서 체제가 붕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한국은 미국, 중국과 협력해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짐 드민트(62) 이사장은 19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에서 가진 라운드테이블회의에서 “중국조차도 북한의 붕괴를 우려하는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3년 4월 헤리티지재단의 설립자 에드윈 퓰너 이사장 후임으로 취임한 드민트 이사장은 ‘워싱턴의 정책논쟁에 대한 보수주의적 시각’이란 제목으로 열린 회의에서 “중국은 한국에 대해 매력공세(charm offensive)를 벌일 정도로 호감을 갖고 있고 북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협의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과 함께 운전석에 앉아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한·일관계와 관련해 그는 방한 전 도쿄(東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난 얘기를 하면서 “아베 총리는 한국과의 관계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느꼈다”면서 “한·일 양국은 아태지역에서 공동의 관심사를 갖고 있고 공통의 위협을 받고 있는 만큼 상황이 어려워도 협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일관계도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 발전해온 것”이라면서 일본의 진주만 폭격을 예로 들었다. 이번 한·일 방문에 앞서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과거의 상흔을 되새겨봤다는 그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갖고 있더라도 공동의 관심사를 얘기하며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헤리티지재단 입성에 앞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연방상원의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보수성향의 유권자운동인 티파티(Tea Party)의 리더로도 유명하다. 그는 티파티 운동과 관련, “미국이 중앙집권적으로 통제돼야 하느냐, 아니면 탈중앙집권화돼야 하느냐는 게 티파티의 핵심 이슈”라면서 “티파티 지지자들은 미 연방정부가 지난 20여 년간 점점 중앙집권화하고 비대해지면서 재정악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올해 11월 중간 선거에 대해서도 드민트 이사장은 “올해 선거는 미국이 유럽적 스타일의 중앙집권적으로 갈 것이냐 미국 고유의 탈중앙 스타일을 유지할 것이냐의 싸움”이라고 정리하면서 “민주당은 중앙집권적 규제 강화를 선호하지만 공화당은 탈중앙화모델이 연방주의의 기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데에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 들어 미국의 대외위상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 드민트 이사장은 “미국이 세계적 리더십을 보이지 않으면 세계의 평화와 번영이 유지되기 어려워지는 우려의 얘기를 전세계 리더들로부터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세계의 리더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미국의 국제리더십이 흔들리지 않도록 필요한 분야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2016년 미국 대선을 통해 우리는 (그렇게) 변화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회의에는 헤리티지 재단의 퓰너 아시아센터 회장,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등이 함께했다.

이미숙 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