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集示도 적법해야 정당성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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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호/성균관대 교수·법학

세월호 참사(慘事)가 일어난 지 한 달이 흘렀음에도 온 국민은 여전히 몸으로 느끼며 아파하고 있다. 그 아픔은 어린 고등학생을 포함한 286명의 희생자와 18명의 실종자를 아직 찾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 본원적 바탕에는 불법 개조와 불법 과적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삼았던 선박회사와, 사고를 내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자신의 안위에 급급했던 선원들에 대한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사고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출동해서도 적절히 구조활동을 펴지 못했던 국가기관에 대한 통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복잡한 심경이 지금 적지 않은 사람을 거리로 몰려가게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분노가 표출되는 과정에 극히 일부나마 일탈 행동으로 경찰에 연행됐다. 17일 촛불집회 참가자 가운데 115명과 18일 ‘침묵행진’ 참가자 중 100명 등 모두 20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신고한 행진 경로를 벗어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비록 경미한 위법행위라 할지라도 적법하지 않은 집회와 시위는 정당성을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

세월호 침몰의 정확한 원인이 속히 밝혀지고 처벌과 책임이 따라야 함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이처럼 큰 일을 겪은 경황 중에 추모의 순수성이나, 적절한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국민의 정당한 요청이 일부 정치적 행태로 흐려지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나아가 세월호 사태의 근본 원인이었던 법질서 경시(輕視)가 이를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시(集示)에서까지 되풀이돼서는 더더욱 안된다.

우리나라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국제인권규약과 헌법상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된다. 그러나 내게 보장된 기본적 인권을 누리기 위해 타인의 정당한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거니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법의 본질적 요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추모의 명분 아래 모인 사람들이 본인들이 스스로 요청한 집회의 한계를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은 주변의 사람들과 상인들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집회를 요청한 사람들이 추모를 빌미로 정부를 상대로 흠집을 내려는 것이라면, 희생자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욕구를 채우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은 불법행위를 일삼은 선박회사에 대한 엄벌과, 위험에 처한 어린 학생들과 승객들을 사지로 밀어넣고도 자신의 안위에만 급급해 버둥댔던 선원들에 대한 법에 따른 엄정한 처벌이다. 동시에 금전적 이익에 매몰된 회사의 불법행위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되돌려 놓는 일이며, 나아가 국가적 재난 사태를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공무원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국가 법질서와 기초질서를 소홀히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그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질서를 무시하고, 자신이 편한 방법으로 행동해 나간다면,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며 이를 감독하고 이끌어야 할 국가기관이 제대로 기능하겠는가. 회사나 국가기관의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는 구성원은 그 나라 국민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제 국민적 아픔과 슬픔을 가져온 과(過)와 실(失)을 제대로 수습하는 일과 함께, 각자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자신의 자리에서 제대로 하는 것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그 출발은 국가 법질서와 사회 기초질서의 철저한 준수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타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에서 세월호와 같은 뼈아픈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첩경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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