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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XP 기술 지원 종료에 따라 혼란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윈도와 같은 운영체제(OS) 이외의 소프트웨어 외산 종속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제2, 제3의 윈도XP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외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종속성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주로 MS, 오라클 등 거대 글로벌 기업의 소프트웨어가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완제품 형태로 판매되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이 같은 외산 제품의 비율은 75%에 달하며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내장 소프트웨어)의 경우 역시 대부분이 외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OS,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전사적자원관리(ERP) 분야는 MS, 오라클, SAP가 거의 독점하는 구조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현재 국내 OS 분야의 경우 MS 윈도 점유율이 약 95%에 달하며 웹 브라우저도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가 74%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DB) 분야 역시 오라클 등 외산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오라클의 경우 전 세계 DBMS 시장에서 평균 시장점유율은 48.9%인 데 비해 국내에서는 이 비율이 60%에 달한다. 기업의 경영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ERP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 세계 ERP 시장에서 평균 시장점유율이 24.6%인 SAP의 국내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오라클, SAP와 같은 외산 소프트웨어 업체의 독과점이 비단 국내만의 상황은 아니지만 그 쏠림 정도가 심한 만큼 횡포도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DBMS 분야를 장악한 한 외산 소프트웨어 업체는 라이선스 관리 서비스(LMS)를 앞세워 자사 제품에서 타 경쟁사 제품으로 교체하려면 막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전가하겠다는 식의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이 업체는 DBMS의 A, B, C 등 옵션 기능을 모두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A 옵션 기능만을 계약한 고객은 사용 중에 B, C 기능도 가능함을 알게 되고 계약 없이 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다. 평상시에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가 제품을 교체하려면 LMS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식이다.

오라클, MS, IBM 등 외산 업체와의 라이선스 문제 등으로 분쟁이 잦아지면서 외산 종속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외산 소프트웨어의 대항마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개발 및 활성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그 결과 현재 국산 소프트웨어는 기술 수준이나 서비스 등에서 외산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대표적인 국산 DBMS인 티베로와 알티베이스는 제조, 공공 분야의 핵심 업무에 적용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국산 DBMS와 ERP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라며 “외산 종속을 벗고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외산 소프트웨어의 횡포를 방지하는 등 어느 때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