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크라우드 펀딩 대회를 앞둔 지난 1월 서울 성북구 길음동 공유공간 ‘너머’에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대회 참가를 희망하는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진흥원 제공

사회적 기업은 기업의 상품에 담긴 사회적 가치를 대중들이 공감했을 때 단순한 수익을 뛰어넘는 사회적 성공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홍보와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대기업과 달리 대중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금융권으로부터 사업자금을 투자 받는 데도 한계가 있다. 즉 초기에 자생력을 갖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한계를 딛고 사회적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가 공감을 이끌어내, 자립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대회가 그것이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했던 창업팀들을 대상으로 올해 초부터 100일간의 크라우드 펀딩 대회를 열었다. 진흥원은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과정에서 초기에는 창업 중심의 지원을 제공하다가 창업에 성공한 기업가에게는 이후 상황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대회는 창업 후 사회적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과 성공적인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크라우드 펀딩 대회는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오마이컴퍼니’가 플랫폼을 제공했다. 오마이컴퍼니는 사회적 기업에 투자를 원하는 개인과 투자를 받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을 연결해 주는 중개역할을 하고 있다. 2012년 오마이컴퍼니 웹사이트 개설 이후 80개가 넘는 사회적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크라우드 펀딩대회는 지난 1월 3∼21일 참가 접수를 받았다.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16개팀이 펀딩 대회에 참가했다.

지난 2∼3월 진행된 펀딩 기간 동안 12개 기업이 목표 투자금(100만 원)을 달성하고 261명으로부터 3310만 원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냈다. 당초 목표 금액이었던 1600만 원(1개 기업당 100만 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기업 등에 대출을 지원하는 사회연대은행은 크라우드 펀딩 대회에서 모집된 자금과 1대1 매칭으로 자금을 융자해 줬다. 이에 따라 12개 기업들은 6447만 원(1개 기업당 500여만 원)의 사업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투자자금을 확보한 ‘토이씨어터’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 등 열악한 처지의 연기자 지망생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와 더불어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을 펼치는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토이씨어터는 대회 기간 28명의 투자자로부터 583만8000원의 투자를 이끌어내 1000만 원이 넘는 사업자금을 확보하는 쾌거를 올렸다.

김민호 토이씨어터 대표는 “사회적 기업은 일반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대출받기가 굉장히 힘든데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사업성과 사회적 가치만으로 평가 받을 수 있어 좋은 기회”라며 “크라우드 펀딩에서 확보한 투자금이 공연 제작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에이즈 감염인들의 자활과 쉼터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은 쉼터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다. 레드리본은 40명의 투자자들로부터 558만 원을 투자 받아 역시 1000만 원이 넘는 펀딩 성과를 냈다.

크라우드 펀딩 대회는 단순히 사업자금 확보만이 목적이 아니다. 크라우드 펀딩 과정에서 온라인을 매개로 한 대중 홍보와 마케팅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대중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전하고 공감대를 확산시킬 수도 있다.

진흥원은 참가 기업 관계자 85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50%는 자금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고, 20%는 판로 지원, 10%는 사업 내용 수정, 11%는 공간 지원이 가장 필요한 요소라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 중 95%는 향후 크라우드 펀딩을 다시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사회적 목적에 공감하는 개인이 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에서 기업 자립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며 “크라우드 펀딩 등 투자수단 확보는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에 필수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