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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표지가 남다르다. 동화책도 아닌 것이, 녹갈색에 형광 주황을 포인트로 삼았다. 게다가 제목 한글자 한글자에 육각형까지 두르다니. “거 참, 편집자(혹은 저자) ‘취향’이 궁금해지네” 하는 순간, 당신은 졌다. 이미, 타인의 취향 속에 들어선 것.

취향(김선미·장민 지음/지식너머)의 기묘한 표지를 넘기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건축가와 포토그래퍼, 갤러리 대표를 비롯해 슈즈·주얼리·패션·안경·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취향(趣向)이 펼쳐진다.

“○○를 자주 입고, ○○를 즐겨 듣죠”의 수준이 아니다. 덴마크 가구 디자이너 핀 율(1912∼1989)의 펠리컨 체어부터 새빨간 애플 랩톱, 100년 전 책들, 고급 만년필, 고풍스러운 모자와 구두, 해밀턴 회중시계에 이르기까지, 11명의 ‘크리에이터(창조자)’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흥미로운’ 물건을 앞세워 추상적이고 상대적인 ‘취향’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이를 좇다 보면, 삶의 태도로서의 ‘취향’을 만나게 된다. 즉, 한때 ‘국민 가방’이었던 ‘이스트팩’보다 폐타이어를 재활용한 ‘프라이탁’을 메는 게 보다 ‘취향’을 가진 행동에 가깝다.

가전제품 등 혼수 필수목록을 무시하고 핀 율의 의자들만 신혼집에 들였다는 강승민(사진) aA 디자인 갤러리 대표는 ‘변화무쌍함, 가볍지 않은 존재감, 그리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는 삼박자를 고루 갖춘 펠리컨 체어를 가장 의미있는 물건으로 골랐다. 강 대표는 이 의자에서 안락하게 휴식을 취하고, 엄마가 된 후에는 수유의자로 사용했으며 지금은 아들과 뒹굴며 책을 읽거나 한다. 김종필 안경 디자이너는 “기준이 확고하다면 무심코 집어 드는 물건에도 취향이 스미는 법이다”고 말한다.

또, 한정민 슈즈 디자이너는 남과 2% 다른 스타일링을 위해 모자를 쓴다. 책은 “신발은 반드시 신어야 하는 반면 모자는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다. 민주적인 동시에 선택의 영역에 있다는 것, 그것이 매력”이라며 그녀의 취향을 칭송한다.

결국 취향을 파악한다는 건, 그들이 지닌 ‘사유의 내공’을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저자들은 끝으로 “당신의 취향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뭐라고 답해야 할까. 가까운 곳부터 둘러보자. 오늘 아침 무심코 꺼내 든 가방, 며칠을 고민해 고른 스마트폰, 매일 쓰는 노트, 연필, 책상 위 읽다만 책. 저자들이 말하듯 취향이 “안목과 숙고와 소신이 분리할 수 없이 융합된 결과물”이라면, 이 모든 게 바로 당신이니까.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