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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의 지구사 / 프레드 차라 지음, 강경이 옮김, 주영하 감수 / 휴머니스트

“향신료(spice)는 어떻게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을까?” ‘향신료의 지구사’는 이 한 줄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먹는다’는 건 ‘산다’는 것과 직결된다. 살기 위해 하루 3번은 먹는다. 이런 근원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인간은 “더 맛있게 먹을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해답을 향신료에서 찾았다. 사람의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향신료는 ‘천국의 향기’라 불리며 고대부터 현대까지 독특한 맛과 향으로 요리에 풍미를 더하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본고장을 떠나 세계 각 지역으로 여행하며 문화적 변화를 가져온 시나몬, 클로브, 페퍼, 넛메그, 칠리페퍼 등 다섯 가지 향신료에 주목한다.

향신료에 가장 먼저 눈뜬 건 유럽인이다. 원산지를 벗어나면 재배되지 않는 향신료 대부분은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고대 유럽에는 ‘넛메그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뼈가 부러지지 않는다’는 등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향신료에 대한 수많은 전설이 생겨났고 향신료를 얻기 위한 먼 여행을 시작한다. 이런 노력은 항해술과 지도제작술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은 향신료를 얻기 위해 아시아를 침략하고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향신료를 얻고 유통시키는 과정 중 육로와 해로 운송 수단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증기선과 기관차를 타고 전파된 향신료를 손쉽게 맛볼 수 있게 되면서 향신료의 가격은 더 이상 천정부지로 솟지 않았다. 하지만 소비량의 증가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국가 간 경쟁은 줄었지만 생산량이 한정된 향신료를 더 싼값으로 얻으려는 다국적 기업 간 보이지 않는 향신료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향신료 생산국의 노동자는 가난한데, 최종 소비자들은 비싼 값을 지불하며 중간 유통자들만 배를 불리는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향신료의 지구사’는 생산지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정무역을 제안한다.

나아가 이 책은 한반도 향신료의 역사에도 돋보기를 들이민다. 한반도에서 널리 쓰이는 고추, 생강, 마늘, 천초, 파 같은 향신료가 어떻게 전래됐고, 이런 한국적 향신료가 세계 향신료 시장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있으며 향후 한국의 음식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짚어 본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