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 이준석(69) 씨가 사고 직전 여유롭게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속옷 바람으로 급하게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가 다른 선원들에게 “옷을 따뜻하게 입고 탈출하라”고 지시하면서도 본인은 속옷 차림으로 뛰쳐 나간 것이다. 이 씨의 이 같은 행동은 세월호의 복원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수사 중인 검경합동수사본부(본부장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검사) 등에 따르면, 이 씨는 사고가 나기 40분쯤 전인 16일 오전 8시 10분부터 30분까지 침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한 선원의 진술이 나왔다. 이 씨는 선실에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게임을 하지 않고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합수부는 게임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할 방침이지만, 이 씨가 위험 해역인 맹골수도 진입을 앞두고 조타실을 비운 채 여유롭게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이 씨는 사고 후인 오전 9시 40분쯤 속옷 차림으로 배를 탈출했고, 이는 해경이 촬영한 영상에도 포착됐다. 일부 선원들은 합수부 조사에서 “선장이 ‘옷을 따뜻하게 입고 탈출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으며, 실제 일부 선원들은 점퍼를 갖춰 입고 탈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 씨 본인은 속옷만 입은 채 다른 선원들보다도 먼저 탈출했다. 이를 두고 이 씨가 세월호가 급격히 침몰할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씨를 비롯한 세월호 선박직 직원들이 조타실에 있는 방송장비 사용방법을 몰랐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 직원은 합수부 조사에서 “한 항해사가 방송을 했는데 방송 내용이 나가지 않고 멜로디가 나왔었다”고 진술했다. 선장 이 씨 등 조타실 근무 직원들이 방송장비 사용방법을 몰라서 대피 방송을 못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 씨 등은 비상탈출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으면서도 장비 사용법을 몰라 다른 직원이나 승객들에게 알리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이 씨 등은 가장 먼저 배를 탈출한 후에도 침몰 상황을 배 안에 알리거나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된 바 있다. 해경에 구조된 한 직원이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목포=김대종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