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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한 광활하고 고요한 우주를 떠올리면 다소 엇갈리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넓은 우주 속에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라는 외로움. 고민과 번뇌 역시 사소하기 이를 데 없다는 생각과 맞물려 스스로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따뜻함이다. 그래서 가끔 하늘을 쳐다봐야 하는데 이 간단한 일이 쉽지 않다. 우주로 확장된 무대, 확장된 시선으로 우리 삶과 사랑을 풀어낸 두 편의 연극은 그래서 아름답다.

세계화시대 현대인의 초상을 예리하게 묘사해온 영국 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위 사진)는 별과 별로 가득찬 하늘을 원없이 보여준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구가의 서’ 등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모팩스튜디오가 만든 배경 영상 덕분이다. 도시 위에 빛나는 별, 바다 위에 펼쳐진 별, 우주에서 바라본 푸른 지구의 모습은 이 연극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하지만 서정적 배경 아래 전개되는 이야기는 냉정하고도 쓸쓸하다.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로 이어지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 그리고 지구 저 밖의 우주인까지 등장시켜 안주할 수 없고 소통 불가한 시대 풍경을 스냅샷처럼 보여주기 때문이다. 첫 장면은 먼 우주에서 시작한다. 구소련 우주비행사 올레그와 카시미르는 12년째 하모니호를 타고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지구와 교신이 끊어진 지 오래지만 이들은 무력하게 일상적인 임무를 반복한다. 에든버러의 이언과 비비안 부부 역시 고장난 무선장치에 대고 누구에게도 가닿지 못하는 말을 하는 우주인과 같다. 이언 부부는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실은 러시아인 가수 나타샤를 사랑하는 이언은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언을 기다리던 나타샤는 세계은행 직원 에릭을 따라 노르웨이로 떠난다. 이들 주인공들의 스냅샷들은 후반으로 가면서 하나의 큰 그림으로 맞춰진다. 연극은 등장인물,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시대에 대한 강렬한 메타포다. 아프리카를 상대로 지원 작업을 벌이지만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제기구, 어느 곳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유랑하는 현대인, 미국화된 문화에 대한 비판, 여기에 언어의 근본적 한계까지.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말이 모두 의미를 발신하기에 마음을 풀어놓지 못하고 촉각을 곤두세워 봐야 한다. 그래도 무대에 쏟아지는 별만큼은 아름답고 오래도록 문득문득 연극의 스냅샷들이 떠오르고 그들과 같은 별 아래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상우 연출. 최덕문, 이희준, 김소진, 이창수 등이 1인 2역으로 출연한다. 5월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

5월 9일부터 6월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별무리’(아래)는 사랑에 평행우주론을 접목한 작품. 이 역시 영국의 천재 극작가 닉 페인의 작품으로 2012년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 양측의 호평을 받았다. 양봉업자 롤란드와 물리학자 마리안은 우연히 만나 여느 연인처럼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안이 뇌종양에 걸리면서 관계가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들은 평행우주론에 입각해 자신의 사랑이 넓은 우주 속 무수히 많은 가능성 중 하나라고 믿고, 이 우주에선 헤어지지만 다른 우주에서는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연출 류주연. 연기파 배우 최광일, 주인영이 여러 겹의 사랑을 믿는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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