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문에 이어 25일 한국에 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군국주의 침략사 인식’의 실체는 무엇인가. 24일 미·일 정상회담 이후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을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면전(面前)에서 “나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은 국가를 위해 싸우다 상처 입고 쓰러진 분들에 대해 손을 모으고 명복을 빌기 위해서다. 그것은 세계의 많은 리더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당당히 밝혔다. 마지막 질문이었고, 그 답변으로 기자회견을 끝냈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12월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자 미국 정부는 즉각 “실망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었다. 미국 당국자들은 ‘매우 강력한 외교적 항의의 표현’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을 옆에 두고 ‘야스쿠니 참배’의 정당성을 강변한 것은 물론 일반화시키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이런 입장에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미·일 두 정상은 모두 한국과의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의 핵 위협, 중국의 부상,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 등을 고려할 때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한·미·일 3국의 안보·경제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이 아베 정권의 역사 퇴행임은 전세계가 알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그 상징이다. 일본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 방일 직전에 무더기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아베 총리는 공물(貢物) 봉납이라는 ‘꼼수’를 썼다. 그리고 보란 듯이 세계를 향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양국 현안 타결을 위해 ‘버락’ ‘신조’라며 친밀감을 높인 것은 좋다. 그러나 역사 문제는 주변국과 직결돼 있다. 한국과 중국은 침략사를 부정·미화하는 일을 용납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반(反)역사’를 묵인하는 것은 이를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