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관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할구역에서 최근 4년 사이 2차례 좌초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선박이 관할 해역에 들어온 후 호출했을 때 응답하지 않을 경우 단속할 수 있지만 단속 건수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VTS와 교신 주파수를 맞추고 관할 구역을 운항한 세월호도 이 같은 단속 대상이지만 진도연안VTS 관할 해역에 들어온 뒤 한 번도 호출하지 않았고 침몰 사실도 서해해양경찰청이 통보해 줄 때까지 알지 못해 수색구조의 현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즉각 수행하지 못했다.

25일 해양수산부 해양안전심판원의 최근 해양사고 재결서(裁決書)에 따르면 해양경찰이 관제와 구난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진도연안VTS를 해수부로부터 넘겨받은 2010년 7월 이후 탱커선과 화물선 등 2척이 관할 해역에서 좌초됐다.

첫 번째 사고는 2010년 8월 31일 오후 10시 41분 진도군 성남도 북단 해역에서 일어났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자동식별장치(AIS) 등이 장착된 제주선적 1106t급 도남 파이오니어호는 바위에 부딪혀 좌초됐다.

조사 결과 당직 항해사가 깜박 잠이 든 사이, 선박이 예정 변침점을 지나 계속 옛 침로를 따라 항해하다 진로 전방에 있는 섬에 좌초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3월 8일 오후 9시 3분쯤 진도군 조도면 내병도 북동단 해안에서 895t급 포항선적 일신대한호는 선장이 술에 취해 조타실 소파에서 잠든 사이 변침점을 10㎞나 벗어나 직진 운항하다 암초에 좌초했다. 이 선박도 GPS와 AIS를 장착하고 있었다.

이 두 사고에 대해 정재용 목포해양대 교수는 2011년 해양환경안전학회 춘계학술발표 때 제출한 논문에서 도남 파이오니어호 좌초 사고는 관제(진도연안VTS) 측면에서 좌초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고 (선박에) 정보제공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일신대한호 좌초 사고에 대해서는 목적항(광양항)을 확인하지 않아 교통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고, 좌초 위험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진도연안VTS가 사고를 알게 된 시간도 오후 9시 30분으로 (27분이나 늦어) 2차 사고 위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진도연안VTS가 세월호 사고를 알게 된 것도 이상징후(오전 8시 48분)가 나타난 후 18분 뒤(9시 6분)로 일신대한호 사고 상황과 유사하다.

연안VTS는 선박이 관할 해역에 들어오면 운항을 신고할 의무는 없지만 호출하면 응답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단속할 수 있다. 하지만 진도연안VTS는 2007년 센터가 문을 연 후 현재까지 단속 실적이 한 건도 없다고 세월호수색구조대책본부 관계자는 밝혔다.

진도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