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참사 관련, 검·경 합동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세월호 선박직 승무원들이 여전히 변명을 늘어놓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서로 말을 맞추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직후 세월호 1등 기관사 손모(58) 씨와 3등 기관사 이모(여·25) 씨, 조기수 이모(55)·박모(58) 씨 등은 “배를 끝까지 지켰다”고 주장했다.

손 씨는 “(사고 직후) 탈출을 논의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승객을 놔두고) 먼저 탈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내방송을 듣고 대기하다가 배가 침수되고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세월호 밑으로 내려갔다가 탈출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여객선을 빠져나온 것이 아니라 배를 끝까지 지키려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탈출했다는 것이다.

손 씨는 또 “3층 기관실에 기관부 7명이 함께 있었는데 배의 상태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승객 구호의 책임을 당시 조타실에 따로 모여 있던 선장과 항해사 등에게 떠넘겼다. 3등 기관사 이 씨는 침몰 직전 브리지(조타실)에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브리지에 안 갔다”고 부인했다. 선박을 탈출하라는 지시와 관련해서도 “지시받은 게 아니라 기관부에 있다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고 당일 오전 9시 35분 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해경 구조선에 올라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실 선원뿐만 아니라 다른 선원들도 사고 당일 오전 9시 38분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마지막 교신 직후 브리지에서 나와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한 것으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오전 9시 28분 ‘선실을 지키고 있어라’는 안내방송이 나온 지 10분 만의 일이다. 이준석(69) 선장도 뒤이어 세월호에 접안한 해경 함정(123정)에 바로 구조됐다.

선원들의 변명은 사건 이후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 22일에도 1등 항해사 강모(42)·신모(34) 씨, 2등 항해사 김모(47) 씨, 기관장 박모(54) 씨는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구호에 최선을 다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급처치 의무를 못했다. 그러나 퇴선해서 해경 구조정에 탑승해 구조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구명정을 펼치려고 했지만 배가 많이 기울어 미끄러지면서 구명정 근처까지 갈 수 없었다”며 “배가 기울어지고 브리지에 모여 복원을 시도했으나 여러 장치가 작동되지 않았다”며 ‘불가항력’을 변명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출동한 해경은 세월호에 뛰어올라 구명벌을 펼치는 등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합수부 역시 이들의 진술이 현장 사진과 촬영 영상 등 객관적인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목포해경 촬영 동영상 및 사건 당시 사진 등을 보면 구조활동을 하는 선원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해경 함정에 올라타는 모습만 다수 남아 있다.

합수부는 승무원들이 말맞추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기관 소환 조사에 앞서 이들이 같은 곳에서 숙박한 만큼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입맞추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목포=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