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가 이번 6·4 지방선거를 조용한 선거로 만들어가면서 선거의 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경선 룰을 여론조사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또 역대 지방선거 최초로 ‘로고송 없는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2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초선거에서도 기존 ‘2:3:3:2 룰’(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로 경선을 치르는 게 원칙이지만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애도하는 상황에서 자칫 문제가 생길까 여론조사 경선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체육관에 당원들을 모아놓고 투표하는 모양새도 보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기초 선거 룰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일단 22일 김재원 당 공천위 부위원장이 “상향식 공천제의 큰 틀을 바꾸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상태지만, 참사 관련 여권발 구설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끌벅적’ 경선이 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여론조사로 대체하는 방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순회 경선이나 TV토론을 최소화하고 조용히 선거를 치르는 안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당원 경선을 통해 역전을 노리던 후발 주자나 정치 신인들이 여론조사 대체 방침에 반대할 경우 당이 밀어붙일 수만은 없는 게 고민이다.

조용한 선거 기조 속에서 공식 선거운동 풍경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일각에서 로고송을 틀지 말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 모두 조심스럽게 로고송 없는 선거 운동 전략도 기획 중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가 늦어지면 여야가 합의가 안 되더라도 로고송을 틀고 화려한 율동을 하는 걸 자제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도 “로고송을 과하게 틀지 않는 방안과 아예 로고송 없이 가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