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운항 대형여객선 11대 평균선령 무려 22년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를 초래한 세월호처럼 해외 중고산이면서 제주도를 운항하는 2000t 이상 대형 여객선이 모두 11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판박이’인 이들 대형 여객선의 평균 선령은 세월호보다 2년이나 오래된 22년에 달해 안전 및 시설 노후화에 따른 대형 해양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춘진(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3일 공개한 ‘국내 여객선 실태현황’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2000t 이상 대형 여객선은 모두 17대로, 이들의 65%인 11대는 해외 중고품인 동시에 목포, 인천, 부산 등지와 제주를 오가는 항로를 운항하고 있다. 대형 여객선의 대당 평균 승선 인원은 864명이다.

건조연도로 따져볼 때 제주 항로를 운항하는 대형 여객선 11대의 평균 선령은 22년으로 세월호처럼 오래된 중고 선박이다. 목포와 제주를 왕복하는 씨스타크루즈호는 지난 1990년에 건조된 해외 중고 여객선이며 여객 정원은 1935명에 달한다.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서경파라다이스호는 1987년에 건조됐으며,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에 소속된 오하마나호 역시 선령이 25년이 넘었다.

제주 항로를 운항하는 대형 여객선 가운데 2000년대에 건조된 여객선은 퀸스타호 한 대뿐이다. 이 선박도 2000년에 건조돼 선령은 14년이 넘었다. 가장 오래된 여객선은 두우해운의 ‘제주월드호’로, 건조된 지 28년이나 된 해외 중고 선박이다.

해외 중고 대형 여객선이 퇴출되지 않고 살아 남아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9년 정부가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 여객선 선령 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대형 여객선 대부분이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로로선(ro-ro-ship) 카페리호로 해외에서 구입한 노후한 중고선”이라며 “소수 노선을 빼고는 제주 중심의 노선으로, 여객 정원이 많은 만큼 사고 시 대형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로로선은 자동차나 화물을 적재한 트럭·트레일러를 수송하는 화물선으로 일반 화물선보다 선폭이 좁은 것이 특징이며, 이런 구조 때문에 급선회 시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침몰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대형 여객선에 대한 즉각적인 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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