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세운 해외 법인에 다수 출자한 것으로 파악된 도서출판 제조 및 서적 도소매업체 문진미디어가 파산한 세모그룹 소유 부동산을 매입해 이를 담보로 세모그룹 일가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나 주목된다.

23일 문화일보가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이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 사옥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소재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의 소유주는 문진미디어로 나타났다. 원래 이 건물은 지난 1989년 9월부터 세모그룹 소유였다. 하지만 1997년 세모그룹이 파산하면서 이 건물 역시 매물로 나왔는데, 이를 세모와 특수관계자인 문진미디어가 2003년 4월 매입한 것으로 나온다.

문진미디어는 이후 10년간 이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한미, 하나, 외환 등 시중은행들로부터 7차례에 걸쳐 거액의 자금을 조달했다. 등기부등본에 나와있는 시중은행들의 근저당설정 현황을 보면 2003년 6월 하나은행 강남기업센터 지점은 28억6000만 원 규모로, 같은 날 한미은행 방배기업금융지점은 16억9000만 원을 설정했다. 2004년 3월엔 하나은행 강남기업센터가 19억5000만 원을 재설정했고, 2005년 3월엔 한미은행이 근저당권설정을 말소하면서 외환은행 스타타워지점이 53억 원을 설정했다. 2005년 6월엔 외환은행 스타타워지점이 24억1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추가로 설정했으며, 2008년 2월에도 이 지점은 50억 원의 근저당권설정 계약을 했다. 2012년 2월 외환은행이 설정한 근저당권은 청산되고, 기업은행이 95억 원 규모로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 근저당권은 현재까지도 말소되지 않고 유효한 상황이다.

이렇게 7차례에 걸쳐 시중은행들이 문진미디어 소유 건물과 토지에 설정한 근저당규모는 287억1000만 원에 달한다. 강남지역 시중은행 관계자가 “통상 이 지역에서 부동산 담보대출이 이루어질 때 근저당설정 규모는 실제 대출금액의 1.3배로 설정된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동산 담보대출을 통해 융통된 자금은 220억 원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