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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곡물을 찌거나 끓인 밥과, 곡식의 낟알이나 가루를 오랫동안 끓여서 완전히 호화시킨 죽, 풀, 묵 등을 주식으로 한다. 그중에서도 보양식, 노인식, 환자식으로 사랑받은 음식이 쌀이 껍질만 남을 정도로 충분히 고아서 체에 밭쳐 마시기 쉽도록 만든 묽은 죽인 미음이다. 죽과 미음은 재료와 만드는 법이 다양하다. 예전 반가의 며느리는 스무 가지 죽은 쑬 줄 알아야 한다고 했고, 궁중에서는 조반전 초조반이나 점심상으로 죽, 미음상을 올렸다. 삼합미음(三合米飮)도 궁중이나 반가에서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삼합이란 이름은 홍합, 해삼, 쇠고기를 푹 끓인 데다 찹쌀을 넣어 잘 끓여 냈다고 해 붙여졌다.

조선시대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위해 8일간 수원화성행궁으로 행차할 때 미음과 죽, 노인용 식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기록이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1795)에 나온다. 기록에는 홍합, 해삼, 쇠고기를 찹쌀과 함께 고아 곱게 내린 삼합미음 상이 올라갔다고 한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올라간 미음으로는 삼합미음 외에 대추미음, 쌀미음, 차조미음 등도 기록에 있다.

삼합미음은 확실히 보양식이었다. 홍합은 살이 붉어 붙여진 이름으로 맛이 담백하여 담채(淡菜)라고도 하는데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하고 피를 보충하고 특히 여성에게 좋다고 한다. 홍합은 5월 중순경에는 마비성 독소가 들어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해삼은 바다의 인삼이라고 하며 신장기능을 돕고 설사, 이질 등에는 안 먹는다. 쇠고기는 당뇨와 부종을 낫게 하며 홍합과 쇠고기를 배합하면 피가 부족한 증상에 좋다. 삼합미음은 조선시대 규합총서, 증보산림경제, 시의전서에도 나와 있다.

삼합미음을 만들기 위해선 우선 홍합을 물에 씻어 불려 털 없이 깨끗이 다듬어 탕관에 넣고 끓여야 한다. 해삼은 물에 담갔다가 돌에 문질러 끓는 물에 데쳐 검은 빛이 없게 하고 깨끗한 냄비에 넣어 삶아서 배를 갈라 내장을 뺀 다음 식혔다 끓였다를 반복하면서 충분히 삶아 놓는다. 찹쌀은 불려 놓고 쇠고기는 냉수에 한두 시간 담가 핏물을 뺀다. 물을 끓이다가 핏물 뺀 고기를 넣고 삶는다. 고기가 반쯤 익으면 해삼과 홍합을 같이 넣어 흐물흐물해지도록 약한 불로 끓인다. 여기에 불린 찹쌀을 넣어 쌀알이 퍼지도록 고아 체에 말끔히 밭친 후 3년 묵은 검은 장으로 간을 한다.

공주대학교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