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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사진)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최근 에쿠스 승용차 번호를 7700에서 1899로 바꾸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주말마다 승용차를 직원들의 ‘웨딩카’로 내주고 있다. 우리은행 직원은 물론이고 은행의 환경미화원, 청원경찰 등 계약직 직원들도 은행 본점에 있는 주말 예식장을 이용할 수 있고, 예식 이후에는 이 회장이 준비한 승용차를 웨딩카로 사용한다.

이 회장은 ‘회장님 전용’이 아닌 이미 ‘직원 공용’이 된 에쿠스 승용차 번호를 우리은행의 설립연도와 같은 1899년으로 바꾸도록 지시한 것이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115년이 넘도록 이어온 우리은행의 전통을 각인시키며 직원들이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민영화 이슈로 시끄러운 와중에도 각자 위치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직원들을 남다른 애정을 갖고 챙기고 있다.

이 회장은 직원들뿐만 아니라 우리금융 고객들에게도 남다른 ‘스킨십’을 보여준다. 이 회장은 지난 2011년 3월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했을 때부터 최근까지 300여 개의 기업 및 기관 거래처를 방문하면서 꼭 선물하는 게 있다. 바로 감사패인데, 이 감사패에는 우리은행의 ‘감사문구’와 해당 거래처 대표의 ‘상반신 인물화’가 담겨있다. 흑연필로 그린 듯한 이 상반신 인물화는 사진과 다를 바 없이 정교하면서도 불필요한 색감과 기교를 빼 담백한 느낌을 준다. 인물화 선물을 위해 우리은행 직원들은 인터넷 검색 및 거래처 실무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거래처 대표의 가장 최근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수집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 회장으로부터 인물화를 선물 받은 거래처 대표들은 “세상의 그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 기억에 남는다”는 반응이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인물화를 자신의 명함에 넣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에서 3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이 회장은 고객들과의 만남을 기록한 ‘5권의 다이어리’를 여전히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 다이어리에는 그동안 이 회장이 만났던 고객의 인적 사항은 물론이고 만나서 나눴던 대화내용까지 들어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회장은 평소 가슴에 많은 사람들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면서 “민영화라는 부담 속에서 이 회장의 고객과 직원에 대한 배려와 스킨십 경영이야말로 우리금융의 중심을 잡는 무게추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