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송재우 기자 jaewoo@

기술과 지식을 돈으로 환산하는 ‘가치평가(Valuation) 시스템’이 올 상반기까지 만들어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창조경제의 가치사슬 중 ‘아이디어 및 연구·개발(R&D)→지식재산권(IP)·기술→가치평가→금융→창업·이전·거래’의 중간 허리에 해당하는 부분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개인이나 기업이 창의적 사업 아이디어를 낸 다음 시장에서 이를 상품으로 양산하려면 금융기관으로부터 초기 융자를 받아야 하는데, 무형의 기술과 지식이 상업화할 경우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을 정부가 앞장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22일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창조경제형 창업·벤처기업의 IP·기술을 쉽게 자본화할 수 있도록 그 동안 보증 위주였던 평가 체계를 4개 기관 합동으로 개선 중이다. 기술·지식 가치평가는 그 동안 70% 이상이 보증을 받기 위한 용도로만 시행됐다. 이에 따라 IP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와 특허청, 정부 출연연구소의 연구성과는 미래부, 지식·기술 신용평가는 금융위원회가 각각 담당키로 했다. 정부는 우선 1차로 공공 기술평가 체계를 구축한 뒤, 2차적으로 시장이 주도해 기술가치평가를 하도록 시중은행 등 민간에 단계적으로 이행시킬 계획이다.

이 같은 ‘시장주도 개방형 IP·기술 가치평가 체제 구축방안’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해 대통령에게 이미 보고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IP·기술 가치평가 신뢰도 제고방안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확정됐고, 올 1월 특허청은 한국지식평가거래센터를 개소했다. 또 금융위는 금융비전 및 기술평가시스템 구축방안을 발표했고, 산업부와 미래부는 각각 수요자 맞춤형 평가체제 도입 공청회 개최 및 공공연구성과 가치평가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향후 특허청은 산업은행과 연계해 IP 담보대출 사례를 확대하고, 이 분야 전문회수체계도 연내 마련키로 했다. 금융위 역시 금융기관들의 눈높이에 맞는 민간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을 도입하고, 실거래·평가사례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미래부는 정부 출연연구소의 공공 연구성과물을 평가할 수 있도록 기관 간 평가협업체계를 만든다. 출연연구소와 대학연구소들이 축적한 연구성과 가운데 사업화에 유망한 기술을 손쉽게 선별하기 위해 미래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총괄을 맡고, 기술분야별 전문 평가기관도 따로 지정할 방침이다. 현재 융합기술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정보통신기술(ICT)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생명공학기술(BT)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나노기술(NT)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담당할 예정이다.

이상목 미래부 차관은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가치평가를 기반으로 기술 거래·투자가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새로운 기술을 적극 개발해 시장에 제공하고, 사업화를 위한 다각적 지원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