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집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관련 범부처 사고대책본부(대책본부)에 장·차관급 등 고위 공무원 200명 이상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확실한 재난 ‘컨트롤타워’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관련 부처 공무원 이름만 대량으로 넣는 식으로 대규모 대책본부를 꾸린 것이다. 특히 사고 초기에 관련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별도로 10여 개의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는 등, 정부의 총체적 재난 관리 부실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21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범부처 사고대책본부 비상 연락망’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등 10여 개 중앙 정부 부처 245명 인사의 이름이 포함됐다. 관련 부처 장·차관을 비롯해 5급 이상 공무원이 이름을 대거 올렸다. 수십 명의 고위 공무원들은 전남 진도군청 등 사고 관련 현장에 직접 파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범부처 차원의 대책본부가 꾸려진 이후에도 인명피해 집계가 바뀌는 등 현장 대응에 혼선이 있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들이 파견된 진도군청, 진도실내체육관, 팽목항으로 나눠진 현장에서 같은 내용이 서로 다르게 발표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책본부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사고 초기 대응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16일 사고가 발생한 후 해수부, 안행부, 교육부, 해양경찰청 등은 별도의 사고대책본부를 꾸렸다. 지자체 등도 각종 대책기구를 설치하면서 사고 관련 대책본부만 10여 개에 달했다. 총리실은 중구난방이 된 대책본부를 통합해 정홍원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부처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기로 했으나, 다시 본부장을 이주영 해수부 장관으로 교체하는 등 계속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체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혼란상이 계속 드러났다.

이렇게 정부의 총체적 재난 대응 부실이 드러나는 가운데 안행부는 지난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사망자가 10명이 넘는 사고가 단 1건도 없었다”며 자화자찬성 보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안행부는 “범국가 차원의 총체적 재난안전관리체계를 구축했다”며 “중앙, 지방, 공공기관에 안전책임관을 지정하고 지자체에 안전전담부서도 설치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재난관리 수준은 수십 년 전과 변한 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도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