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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게 정치 입문 전까지 좌절이라는 말은 없어 보였다. 의사였고, 무료 백신 프로그램을 배포한 성공한 벤처 사업가였으며,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며 힐링해주는 교수이자 멘토였다 .

성공한 경영인이자 존경받는 교수로서 삶을 살던 안 대표는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도자가 돼 달라”는 국민적 부름을 받았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르며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세론’을 단박에 깨뜨려 버렸다. 기존 정치권에 진저리쳤던 국민들은 진보는 물론, 중도와 보수까지 들불처럼 번지는 ‘안철수 현상’에 환호했다.

2013년 11월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새정치연합을 출범시킬 때만 해도 안 대표의 정치적 미래는 밝아 보였다.

그러나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로 들어간다’며 민주당과 합당 이후 현실정치의 덫에 걸리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당 합당의 유일한 명분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39일 만에 철회하면서 새정치의 기치도 바랬다. 서울시장 및 대선 후보 양보, 새정치연합 창당 포기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름을 빗대 ‘철수(撤收)정치’라는 비아냥도 듣게 됐다. 궁여지책으로 꺼내든 6·4지방선거 개혁공천 카드도 중앙당 권한 축소라는 안 대표가 내세웠던 정치 철학과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 대표의 입지가 위축된 데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기존 세력의 반발이 한 원인이지만 결국 모든 책임은 ‘정치인’ 안 대표의 리더십 문제로 귀결된다.

민심은 냉정하다. 안 대표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 선거 때가 되면 국민의 기대를 가득 안고 정치권에 들어왔다가 현실 정치의 벽을 무너뜨리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한 인물이 적지 않다. 이제 안 대표는 호랑이를 잡는 포수가 될 것인지, 호랑이들에게 먹힐 것인지 선택해야 할 순간이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