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체 점포 190개 중 약 30%에 달하는 56개 지점 폐쇄 방침을 밝힌 한국씨티은행이 폐쇄지점 명단을 매주 5∼10개씩 순차적으로 공지하는 ‘살라미 전술’로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은행 영업본부장과 지점장을 대상으로 직원 평가 자료를 작성해 올리도록 해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살생부’ 작성 작업에 들어갔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전날 오후 부평중앙지점과 청담파크·영동·옥수동·방배남·명동·부천·남역삼·광장동·반포중앙 등 10개 지점을 폐쇄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앞서 지난 8일 56개 점포 폐쇄와 관련된 ‘영업점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수원역·경서동·도곡매봉·압구정미성·이촌중앙지점을 닫겠다고 밝힌 데 이은 두 번째 공지였다.

씨티은행은 오는 5월 9일부터 7주에 걸쳐 매주 5∼10개씩 점포를 줄여 나간다는 목표로 폐쇄지점 명단을 직원들에게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서서히 숨통을 죄듯 폐쇄 점포를 공개하는 방식에 직원들의 불안감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이 최근 내부적으로 전국 영업본부장을 대상으로 작성하고 있는 ‘지점장(BM·Branch Manager) 평가 기초자료’도 직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에 따르면 은행은 전국 영업본부장을 대상으로 지점장들을 ‘통과(Pass) 그룹’과 ‘의심스러운(Doubtful)그룹’으로 분류하는 자료를 작성하게 하고 있다. 지점장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직원들에 대한 평가 기초 자료를 작성케 하고 있다. 사실상 6명의 본부장과 190명의 지점장이 4000여 명의 씨티은행 직원들을 놓고 구조조정 대상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56개 점포 폐쇄로 650여 명의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데 폐쇄 지점 직원들만 대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직원들을 상대로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것”이라면서 “씨티은행이 본부장과 지점장에게 경쟁적으로 살생부를 만들도록 종용하는 잔인한 짓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측은 이에 대해 “통폐합 영업점장에 앉힐 적임자를 선별하기 위한 작업일 뿐,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노조는 16일 법원에 사측의 점포 폐쇄 조치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노조는 오는 22일 대의원 대회를 위한 전국운영위원회를 열고 ‘투쟁기금 조성’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사실상 파업 절차 수순에 돌입한 셈이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