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는 수도권 성장억제를 통한 국토균형발전이 도입 목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산업입지가 악화되고 순유입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등의 역차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이 비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촌(貧村)’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17일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의 빈촌화는 각종 경제, 사회 지표에서 두드러지게 확인되고 있다. 수도권의 순유입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지역내총생산(GRDP)·학교·사업체·산업입지는 지난 2000년 이후 수도권 비중이 정체 혹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전국의 총 GRDP 가운데 수도권의 GRDP 비중은 지난 1990년 47.5%에서 2010년 47.8%로 소폭 증가하는 상태였다가 2012년 말에는 47.1%로 감소했다. 반면 전체 비수도권의 GRDP 비중은 1990년 52.5%에서 2012년 52.9%로 늘어났다.

인구수가 수도권에 더 많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1인당 GRDP는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이 더 높은 상황이다. 1990년 수도권의 1인당 GRDP는 514만2000원, 비수도권은 425만2000원이었다. 그러나 2010년에는 수도권의 1인당 GRDP가 2304만6000원, 비수도권은 2440만3000원으로 비수도권이 수도권의 1인당 GRDP를 역전했다. 수도권의 산업입지·환경은 정체 혹은 후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광업·제조업 사업체 수 비중은 1991년 50.1%에서 2010년 50.4%로 소폭 증가했으나 광업·제조업 종사자 수 비중은 같은 기간 전국 대비 52.9%에서 44.6%로 감소했다. 산업단지 지정면적 비중도 전체 지정면적 대비 수도권 비율은 1990년 26.5%에서 2010년에는 19.5%로 감소했다.

인구 유입에서도 이제 수도권 과밀화 추세가 해소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인구의 순유입은 2007년 이후 매년 10만 명 이하로 감소했으며 2011년에는 오히려 8450명이 순유출됐다. 또 전국 대학 가운데 수도권 내 대학 비중은 1990년 37.9%에서 2010년 34.5%로 감소하고, 대학생 수 역시 같은 기간 40.0%에서 38.5%로 줄었다.

이 같은 수도권 규제의 역차별 현상으로 2007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각 지역의 낙후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인천 강화군이 낙후지역으로, 인천 옹진군과 경기 동두천·포천·양주·연천·가평·양평 지역이 정체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경기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수도권 규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생발전을 위해서는 서로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두 지역의 기본성격, 지역별 전문화 방향, 규제 완화 방향 등에 대한 상호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