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법원이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性)’으로 인정하고 그들도 다른 인도인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판결했다.

15일 AP통신 등은 인도 대법원 재판부가 트랜스젠더를 제3의 성으로 인정하고 이들이 인도 내 다른 사람들과 같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에 지시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보수적인 인도 사회에서는 이례적인 판결이다.

인도 대법원 재판부는 “이번 판결은 사회적 또는 의학적 문제가 아니라 인권에 대한 문제”라며 “자신을 여성도 남성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성별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트랜스젠더들은 기초생활 지원을 포함해 경제·사회적 문제에 처했을 때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다수의 인도 트랜스젠더들은 구걸이나 성매매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극빈층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법원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에 트랜스젠더용 공공화장실 설치와 건강과 질병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하라고 주문했다.

판결은 지난 2012년 트랜스젠더 운동가인 락스미 나라야 트리파시가 트랜스젠더들도 동등한 법적 권리를 누리도록 해달라며 제기한 청원에 따른 것이다. 트리파시는 판결 후 “처음으로 인도인인 게 자랑스럽다”며 “이제부터 모든 공문서에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표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인도에는 약 300만 명의 트랜스젠더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5월 12일까지 진행되는 인도 총선에서부터 유권자가 자신의 성별을 ‘제3의 성’(other)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약 2만8000여 명의 인도 유권자가 자신을 ‘제3의 성’이라고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판결에는 게이, 레즈비언 등 동성애자 차별 조치에 대한 언급이 없어 관련 소수자 단체들은 법원에 ‘자신들의 성도 인정해 달라’는 항의를 이어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