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8) 씨는 최근 60만 원을 주고 백화점에서 H브랜드 남성 정장을 구입했다. 미혼인 김 씨는 “올해는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는데 ‘맞선용’ 정장이 필요했다”면서 “정장을 산 것은 3년 만으로, 나머지 옷은 주로 상설할인매장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실물경기 회복 논란 속에 소비심리 지표인 유통경기에 업권별로 심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올 10월 말에 돌아오는 3년6개월 만의 윤달을 피하려는 ‘조기 결혼’ 움직임으로 예물용 정장과 시계, 주얼리 등의 판매는 일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회복의 체감도가 고르게 확산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주요 3사의 매출 신장률을 보면 롯데는 3월 1일∼4월 14일 전점 기준으로 8.9%, 기존점은 5.2%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각 13.1%, 9.9%보다 못미쳤다. 신세계는 같은 기간 3.0%로, 2013년(9.9%)보다 둔화됐다. 현대도 기존점 기준으로 3.1% 소폭 신장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낮은 성장세의 모습이다.

여성복 못지않게 고가인 경향 때문에 ‘소비경기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남성 정장 매출도 일부는 특수를 누리지만 또 한 쪽에서는 감소하는 등 들쭉날쭉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3월 14일∼4월 13일 기간에 8.5%, 현대백화점은 3월에 13.1%, 4월에 16.3% 각각 증가했지만 신세계는 3월 28일∼4월 10일에 전년대비 -1.1% 역신장했다. 3∼4월에 수입정장 등 남성예복 판매가 증가하고 시계, 주얼리, 해외 고가 브랜드 판매가 증가한 영향이 반영됐지만 일반 직장인들까지 정장, 외출복을 많이 구매하지는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성정장 매출이 늘어난 것은 혼수 수요 영향 때문으로, 도심형 아웃렛매장 등에 고객들이 많이 몰리는 것을 보면 실질소비는 전세부담금과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인해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민종·최준영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