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과 대중무역 등의 합법적 창구 외에 무기판매와 마약생산 등 불법적 활동을 혼합한 ‘8대 돈줄’로 달러를 조달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북한 정권은 정부가 직접 나섰던 기존 불법적 활동이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도록 방조해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15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시나 체스트넛 그라이튼스 비상임 선임연구원은 워싱턴DC에서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함께 ‘외화 획득을 위해 진화하는 북한 정권의 활동’ 보고서를 발표하고 참석자들과 토론을 했다.

그라이튼스 연구원은 “북한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를 조달하는 창구는 모두 8가지”라면서 “북한은 합법적 창구와 불법적 활동을 모두 사용해 내부로 달러를 유입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라이튼스 연구원의 보고서는 그동안 단편적으로 제기됐던 북한 정권의 달러 조달 창구를 총체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합법적으로 달러를 조달하는 창구는 6가지로 파악된다. 먼저 개성공단에 근로자를 제공함으로써 연간 8000만∼1억 달러를 조달한다. 둘째, 대중교역을 통해서도 지난 2013년 기준으로 63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노동자 수출도 주요한 달러 조달 창구다. 북한은 러시아에 2만∼2만5000여 명을 벌목과 도로 건설 근로자로 파견하고 있다. 중국으로도 요식업과 건설업에 7000∼8000명, 광산업에 2만 명을 파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근로자들의 수입은 대부분 북한 정권으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

넷째는 관광업인데 북한은 2012년 기준으로 서방국가 외국인 4000여 명을 포함해 중국인 23만7000명의 관광객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해외에서 유입되는 송금이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북한 국적 거주민과 한국 내 탈북자들이 주로 송금한다. 한국내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금액은 2012년 기준으로 1100만 달러 정도로 파악됐다. 여섯째, 휴대전화 사용허가 수입 등도 주요한 달러 조달 창구로 분석됐다. 최근 북한에서는 250만 대의 휴대전화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곱째, 북한 정권이 해외에 내다파는 마약과 위조달러, 가짜 담배 등이다. 북한은 2005년부터 불법적 활동을 민간의 암시장을 통해 이뤄지게 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금융제재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시리아 등에 불법적으로 판매하는 무기다. 북한은 미사일 등의 판매를 통해 달러를 조달하고 있지만 적발이 어려워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에서 그라이튼스 연구원은 “불법적 활동의 경우 2005년 이후부터는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이뤄져 제대로 규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 내부에서 암시장이 확대된 것도 미국의 강력한 금융제재를 피하려는 북한 정권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