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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환자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의료인입니다. 그럼에도 비정상적인 제도 때문에 국민에게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흰옷을 입은 천사’로 불리는 간호사들이 정부를 향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옥수(사진)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15일 “올해는 간호협회 역사상 가장 현안이 많은 시기”라며 “국민건강을 위해 간호법 제정과 간호인력 개편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오는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전국 간호사들이 한데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협회 사무국은 집회 신고시 참가 예상인원을 3000여 명으로 추산했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더 많은 인원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창립 91주년을 맞은 간호협회 역사상 이 같은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건 처음이라는 것이 사무국 설명이다.

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을 통해 현재 불분명한 간호사의 업무와 역할을 법적으로 명시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는 간호사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아 인력 부족이라는 이유로 간호사가 의사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거나, 간호사의 간호 및 의료 업무를 간호조무사가 대신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직역 간 다툼이 자주 발생하고 각종 의료사고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김 회장은 “간호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면서 간호사들의 근로환경도 열악해지고, 이에 따라 간호인력이 부족해지면서 간호조무사가 간호를 대신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방치되면 결국 국민들이 받는 간호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 100만 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간호협회는 정부가 집단휴진 등을 통해 강경투쟁에 나선 의료계의 눈치를 보느라 간호 업무의 법제화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의사보조인력(PA) 간호사 합법화에 대해 사실상 협회와 논의를 중단한 것을 사례로 꼽았다. PA는 의사와 협력해 의료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으로 자격이 있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어 의료법상 불법이다. 그러나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의료 현장에서는 PA가 시행되고 있으며, 대부분 간호사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의·정 합의를 통해 의협과 전공의협의회와 사전 합의 없이는 PA합법화를 재추진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며 “의료 현장에서 PA 인력의 95%가 간호사임에도 당사자를 협의에서 배제한 것은 32만 간호인을 대표하는 협회장으로서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비정상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앞으로 정부와 의협의 합의 결과의 부당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협회 산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