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배우 여진구가 출연한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년작)’의 한 장면.

제작사 “소속사가 다른영화 촬영 강행했다”
소속사 “8월 크랭크인 명기돼 있지 않았다”

배우 여진구(17)가 200억 원대의 한·중 합작영화 ‘권법’에서 돌연 하차하면서 이 영화의 제작사와 여진구 소속사, 양측 모두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어른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혈안이 돼 어린 배우에게 큰 상처를 줬다는 것이다.

‘권법’의 제작사 티피에스컴퍼니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진구가 ‘권법’ 크랭크인 전 무술 트레이닝, 감독과의 리딩 및 캐릭터 분석 등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여진구 소속사는 다른 영화의 촬영을 강행했다”며 “양측의 견해차로 불가피하게 계약이 파기됐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오는 8월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여진구 소속사인 제이너스가 5∼7월 촬영할 영화 ‘내 심장을 쏴라’에 여진구의 출연을 결정하면서 제작사와 소속사 간의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계약 해지로 결정났다.

제작사 관계자는 15일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지난 2월 말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 일주일쯤 지나서 여진구 소속사로부터 ‘내 심장을 쏴라’ 출연을 검토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소속사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후 안 하는 쪽으로 얘기가 됐지만 며칠 후 다시 하겠다고 해 이런 일이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사는 이후 김수현 등 다른 배우들과 접촉하며 ‘양다리’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제작사 관계자는 “여진구와의 계약을 정리하기 전에 다른 배우들을 접촉한 건 분명 잘못한 일”이라고 시인하며 “여진구의 출연이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그렇게 했지만 어린 배우에게 상처를 주게 돼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이너스 관계자는 ‘두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는 것이 여진구에게 무리라는 생각은 안 했냐’는 질문에 “계약서에 ‘8월 크랭크인’이 명기돼 있었으면 다른 영화 촬영 일정을 잡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 심장을 쏴라’ 출연 얘기가 나온 후 제작사에서 8월 크랭크인 일정을 밝혔다. 여진구는 배우이기 이전에 학생인데 우리가 그렇게 무리한 일정을 짰겠냐”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제 더 이상 이 얘기가 안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 영화 제작자는 “기성 배우들도 영화 촬영 5개월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데 신인이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어린 배우를 대상으로 너무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촬영 중에도 아동청소년보호법에 따라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촬영 시간 등을 조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진구는 ‘권법’ 도중 하차 논란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14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의궤, 8일간의 축제 3D’ 시사회에 밝은 모습으로 참석했다. 제작진이 질의응답에 앞서 “영화 외적인 질문은 삼가 달라”고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이에 따라 여진구도 ‘권법’과 관련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