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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들이 ‘섹시’ 이미지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데뷔 초부터 줄곧 ‘순수’ 이미지를 고집해온 6인조 걸그룹 에이핑크가 큰 인기를 얻고 있어 주목된다.

에이핑크는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를 싹쓸이하며 이른바 ‘대세돌’(대세 아이돌)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걸그룹들이 과도한 노출 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댄스를 추는 등 섹시 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대중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틈새를 에이핑크의 순수 이미지가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이핑크가 지난 3월 말 내놓은 4번째 미니앨범 ‘핑크 블라섬’의 타이틀곡 ‘미스터추(Mr. Chu)’는 13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곡은 9일 케이블 채널 MBC뮤직의 ‘쇼챔피언’에서 정상에 오른 후 10일 엠넷 ‘엠카운트다운’, 11일 KBS 2TV ‘뮤직뱅크’, 12일 MBC ‘쇼! 음악중심’ 등에서도 1위를 휩쓸었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인기가요’에서 1위가 확정된 후 울먹이던 에이핑크 멤버들은 무대에서 내려와 서로 부여잡고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노노노(NoNoNo)’로 데뷔 2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가도의 주춧돌을 놓았고, 이번 ‘미스터추’로 단숨에 가요계의 ‘대세’로 올라섰다. 에이핑크의 팬클럽 회원 수는 최근 8만5000명을 돌파했다. 오는 19일 광운대 동해문화예술관에서 열릴 에이핑크 팬미팅 행사 티켓이 판매 시작 5분 만에 1300석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2011년 데뷔한 에이핑크는 ‘청순돌’ 콘셉트를 유지하며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여타 걸그룹들과 차별화 전략을 펼쳐왔다. 이번 ‘미스터추’도 발랄한 멜로디와 상큼한 가사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무도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엉덩이를 살짝 흔드는 정도로, 무대에서 다리를 벌리고 드러누워 선정적인 표정을 날리는 여느 걸그룹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올 초부터 걸그룹들이 앞다퉈 ‘19금 뮤직비디오’를 발표하는 등 섹시 콘셉트로 승부하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이 높아지는 분위기에서 에이핑크의 이런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온 것으로 분석된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요즘 대부분의 걸그룹들이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다보니 에이핑크의 청순한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며 “또 소녀시대, 카라, 원더걸스 등 기존 강자들의 활동이 주춤한 시기에 ‘걸그룹 대세 지형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